<대통령이 그러면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인터넷 신문사들과 회견하는 가운데
당적정리, 개헌추진, 북핵문제, 부동산 정책, 차기 대통령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입장을 밝혔다.
워낙 말씀이 많은 분인데다가 말씀의 내용이나 뉴앙스 상 그대로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늘 심각한 복선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분의 開口는
언제나 불쾌하고 결과가 걱정스럽다.
이번 말씀도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지만 몇 가지만 짚어 보자.
"북한은 개혁 개방 할거라고 믿는다. 북한도 제정신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외 아무런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일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그를 제정신 있는 사람으로 보는
대통령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시신을 안치한 금수산 기념궁전을 치장하는데 9억$을 썼다.
9억$이면 태국에서 쌀 234만톤을 수입할 수 있는 돈이다. 쌀 234만 톤이면
북한 주민이 1년 반 동안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죽은 아비 하나를
우상화하기 위해 주민 300만명이 굶어 죽어도 까딱 안 하는 것이 김정일이다.
이게 어디 제 정신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자인가?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이것도 대통령의 무지와 무감각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성난 국민들에게
붙잡혀 처참하게 최후를 맞는 모습을 보고 김정일은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당, 군, 정부 간부들에게 1주일 내내 차우셰스쿠의 처형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반동분자들을 억누르지 않으면 우리도 인민들에게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며
정신무장을 시키고 더욱 인정사정없이 몰아쳤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으로 경제를 살려 주민을 배불리 먹이기는커녕
오히려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더욱 철저히 하고 주민통제를 강화했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이 곧 처참한 종말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정말 모르시는가, 애써 외면하시는가 궁굼하다.
"개혁개방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협상하기 위해 미사일이나
핵무기는 개발할 수 있는 것". "핵무기 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용할
것이냐, 절대로 포기 않을 것이냐, 핵을 갖고 있는게 이익이 더 크면 갖고 있고,
버리는게 이익이 크면 버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이 말은 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마치 제3국의 얼치기 국제정치학자가
무책임하게 지껄이는 말 같다. 적이 비수를 시퍼렇게 갈아 목에 대고 있는데도
국가를 보위하는 최고 책임자가 한다는 말이 적의 편에 서서 적을 이해하고,
평론적인 입장에서 마음 편한 소리나 하고 있으니 속에서 불이난다.
대통령 각하, 당신께서는 아무리 인심을 잃고 대부분의 국민이 외면하고
있더라도 헌법상 아직은 이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역할망각, 직분망각,
지위망각, 상황망각에서 깨어나십시오, 정신을 바싹 차려도 안 될 판인데
대통령 자신이 미망(迷妄)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린 백성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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