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박근혜 마케팅’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좀 심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친박연대 장재완(서울 은평을) 후보가 2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흘 전 피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 김재학 회장 피습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보다 선거운동원이 더 많던 회견에서 장 후보는 김 회장의 죽음을 정치 테러로 규정했다.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유세를 중단하고, 경찰이 사건을 이대로 덮는다면 삭발 등을 통해 항의하겠다”고 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김태환(구미을) 후보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찾았다. 김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죽이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회장의 죽음을 단순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물론 때가 때인 만큼 정치적 배후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그러나 친박 후보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게 정말 사건의 전모인지 의심이 간다.
장 후보는 자유선진당 공천을 받았다 친박연대로 옮긴 인물이다. 그는 선진당 후보 시절에도 박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을 선거사무소에 내걸어 “어느 당 후보냐”는 논란이 일었었다. 그래서 이날 회견에 대해 “김 회장 사망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친박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박근혜 팔기”란 지적이 나온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 구미란 점에서 김 후보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친박연대라는 우스꽝스러운 정당 이름이 등장할 때부터 예견됐다. 정치권에선 “정치 희화화”란 비판까지 나왔다. 특히 친박연대의 선거 구호도 박 전 대표가 친박계 공천 탈락자들을 위로하며 한 말인 ‘살아서 돌아오라’다. 한마디로 정당이라기보다 ‘총선용 일회성 결사체’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인기를 감안하면 친박 후보들이 박근혜 마케팅에 ‘올인’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이 어떤 후보자인지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후보자로서는 직무유기다. 유권자의 알 권리 침해다. 친박 후보들은 지역구 주민들이 선택할 후보자가 박 전 대표가 아닌 자신들이란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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