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 거스르는 `힘의 정치` 안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힘의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만한 처사다. 민심보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더 의식하는 역대 권위주의적 여당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했다. 총기 난사사건이 터지자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윤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세였다.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중구난방은 다르다”며 윤 장관 유임을 위해 전력투구하자 그런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사라지면서 일사불란하게 반대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의중을 100% 국회로 옮기는 ‘거수기 정당’ ‘상명하복 정당’의 구태를 재현해오면서도 틈만 나면 여전히 당정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처신을 계속해오기 때문에 국민 지지도가 바닥으로 주저앉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8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는 27.2%이고, 부정평가는 64.8%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9.3%에 불과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이 정도이면이제부터라도 민심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밀어붙이고 있고, 이번 윤 국방 해임안처리에 있어서도 민노당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수(數)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민심은 안중에 전혀 없어 보인다. 올해엔 큰 선거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까지도 1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밀어붙일 것은 밀어붙이자며 오기를 부리는 것인가.
민노당이 이번에 열린우리당에 협조한 것은 야당으로서의 정도(正道)가 결코 아니다. 당장 제기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의 ‘빅딜 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이 준 총으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은 ‘안보위해사건’의 책임자를 연명시키는데 동참한 것은치명적인 패착이다. 민노당이 자신들의 정체성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열린우리당과 연대한 행태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민노당이 과거 ‘기생적 군소정당’들처럼 캐스팅 보트 운운하며 여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그 정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해임안 부결을 놓고 승리의 축배를 들일이 아니다. ‘힘의 정치, 수의 정치’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못한다면 민심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해임안 부결로 인해 여야 상생정치의 정신도 사라져 정국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상처받은 민심은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여권이 이런 민심의 현주소를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문화일보 07/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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