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된 개정(改正) 사학법에 따라 정관을 개정한 대전·충남지역 사립학교재단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보도다. 대전·충남 71개 중등사립학교 재단 중에서 4개만이, 사립대학재단 중에서는 1개만이 개정 사학법에 따라 정관 개정을 마쳤다는 것이다. 일단 발효되면 모두가 엄격히 지킬 의무가 있는 법률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존폐여부 결정을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정 사학법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통과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온 법안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개정 법률안이 발효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법적용 당사자인 사학재단들이 이를 거부하고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법이 사문화(死文化)된 것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을 주도했던 정부여당은 모르는 척 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이러자면 무엇 때문에 극력반대를 불사하고 법 개정을 추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신일 교육부총리후보자도 국회청문회에서 “필요하면 개정 사학법을 재개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이 정부 입장이라면 국민의견을 다시 수렴해 하루빨리 재개정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다양화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법률을 통해 사학을 통제하려는 발상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사학비리가 있다면 형법이나 다른 법률을 통해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 또 요즘은 사학구성원들이 내부비리나 비합리적 학교·재단운영을 눈감고 감내하는 세상도 아니다. 때문에 사학법 개정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고친 법률이 외면당하고 법률로서 힘과 권위를 상실했다면 존폐결정을 빨리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59439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