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쪽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똑같이 언급할 정도인데, 자꾸 듣다보니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엔 희한한 편향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언제는 정치가 낡고 더럽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말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정치가 낡고 더럽다’는 소리를 해댔는데, ‘요즈음 젊은 것들은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나 “말세다. 말세여”라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낡아가기만 하는 정치인데, 왜 인류는 과거보다 더 잘 살고 있는가.

흔히들 돈이 더럽다고 하듯이, 그렇게 더럽고 낡은 돈과 권력을 왜 나한테는 안 줄까?

‘낡고 부패한 정치’는 집권자가 자기와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치 ‘민주화’는 자기가 권력을 잡은 상태요, ‘독재정치’는 남이 권력을 잡을 상태를 말하듯이 말이다.

지금 말하는 “낡은 정치”를 자세히 보라.

전부 한나라당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물고 늘어질 때 쓰는 말이다.

아무리 좌익야당이 부정부패나 비리폭력을 한나라당보다 더 심하게 저질러도 그들에겐 절대로 적용 안 한다.

그렇다면, 결국 낡은 정치는 한나라당을 매도하여 붕괴시키기 위한 “용어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낡은 정치는 없다.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낡은 정치인은 있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로 수형까지 한 자가 멀쩡한 남에게 ‘낡은 정치’라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그 나물에 그 밥들이 간판 바꿔달고 나서는 이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멀쩡한 남에게 낡은 정치라는 굴레를 뒤집어씌워서 자신에 대한 예봉을 남을 향한 불화살로 돌린 게 “낡은 정치” 아니던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왜 좌파정권 10년 동안은 낡은 정치에 해당하지 않고, 그들은 오로지 낡은 정치 청산하는데만 세월을 쏟아보낸 것이 된단 말인가.

낡은 정치 청산도 알고 보면, 좌익들의 지배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우파잔재의 숙청이 아니었나?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면서, 거기서 느끼는 어감이 결코 좌파를 향한 것임이 아님을 볼 때, 이 역시 좌파의 용어전술에 놀아난 것이 아닌지 물어볼 일이다.

자신만을 예외로 둔 쇄신이라면, 치외법권지대에서 통치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애매하게 추상적인 것처럼 지칭하는 낡은 정치가 결국 구체적으로 적용될 땐 한나라당에만 해당된다면, 겨우 26살 짜리 애송이가 어른들 가르치는 식으로 떠드는 낡은 정치라는 구호 그 자체에 담긴 함의를 되새겨 볼 일이다.

정이 그렇게 낡은 정치 청산한다면서 젊은 세대의 구미를 맞출 바에야 앞으로 30세 넘은 낡은 세대는 청산하고, 30세 미만의 젊디 젊은 세대만 공천하기 바란다.

숫자는 못 속이니까 그게 가장 공평하지 않겠나 말이다.

괜히 지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덮어씌울 거짓굴레로서 낡은 정치란 말은 쓰지 않기 바란다.

더구나 그 기준이 좌익들의 입맛에 따른 것임에랴.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