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억 챙긴 민주당 국회의원의 딸, 누구인가 봤더니

친·인척 채용하는 의원들… 국회 보좌관들도 "몰염치 도 넘었다"

일부 국회의원이 연봉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좌관·비서관 자리에 출근도 하지 않는 자기 아들·딸 등 친·인척을 등록해 놓고, 일은 시키지 않으면서 월급만 꼬박꼬박 타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의원 가족 생활비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육군 3군사령관 출신으로 18대 국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8번이었던 서종표 전 의원은 딸 서모씨를 18대 국회 3년여간 4급 보좌관 자리에 채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딸 서씨는 당시 서 의원의 상임위원회였던 국방위원회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일상 업무를 위한 출근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딸 서씨는 국방위원회 관련 전문성도 없었으며,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책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봉 7000여만원에 달하는 4급 보좌관 급여를 3년여간 2억원 가까이 꼬박꼬박 챙겨갔다. 서 전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구 사무실도 따로 없어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딸 서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비례대표 8번인 백군기 의원실에 6급 비서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백 의원(육사 29기)은 서 전 의원(육사 25기)의 군 후배다. 서 전 의원은 2001년 육군 3군사령관을 지냈고, 백 의원 역시 2006년 3군사령관을 지냈다.

백 의원이 이번 민주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는 데 군 선배인 서 전 의원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 전 의원이 군 출신 비례대표 후보로 백 전 의원을 추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백 의원이 보은(報恩) 차원에서 서 전 의원의 딸을 6급 비서로 채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4급 보좌관이 6급 비서가 되는 경우도 국회에서는 전례가 드물다.

이에 대해 딸 서씨는 19일 본지 통화에서 "(18대 국회에서) 상임위 활동은 안 했고 후원회 관련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백군기 의원실에서는 정책 담당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군기 의원은 "채용 당시 서씨의 상임위 활동 경력을 봤느냐"는 물음에 "그것까지는 안 따졌다"며 "(서 전 의원이 본인) 의원실에 있던 4명을 추천했다"고 했다. 서 전 의원은 딸이 출근도 제대로 안 했다는 지적에 대해 "밖에서 사무실 일도 보고 내 개인적인 임무도 맡아 해서 보좌관 업무를 했다, 조금"이라며 "사무실에 자주 왔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연봉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좌진 자리에 친·인척을 채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타간 데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몰염치가 도를 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이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년 넘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가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