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검사」 安大熙(안대희·51) 서울고검장이 판관으로 변신한다. 지난 6월7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7월 퇴임하는 5명의 대법관 후임 후보자 중 한 명으로 安고검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安고검장은 「판사 중의 판사」라는 대법관으로 6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불과 2년 전을 생각하면 安고검장의 이 같은 변신은 파격에 가깝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던 2003~2004년, 그는 한국 정치의 성역으로 남아 있던 大選자금을 파헤치고 있었다.
 
  「중수부장 안대희」의 대선자금 수사는 2003년 4월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再수사로 시작됐다. 중수부장 취임 한 달 만에 벌인 이 수사로 安고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염동연 의원, 한광옥 前 대통령 비서실장, 이용근 前 금융감독위원장, 정학모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구속했다. 노대통령 측근 중의 측근이던 안희정도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구속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죽음을 불러 온 현대 비자금 사건 수사로 박지원을 비롯해 박주천·박명환씨 등 현역 의원들과 김용채 前 자민련 부총재 등 거물들을 줄줄이 옭아맸다. SK 비자금 사건은 결국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졌다. 대선자금 수사로 安고검장은 사실상 한국 정치권을 무장해제시켰다.

 

먼저 초토화된 건 이 수사로 한동안 「차떼기당」이란 오명에 휘말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불법자금 문제로 김영일 前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돈웅·신경식 前 의원 등 한나라당 중진들과 이회창씨의 최측근이던 서정우 변호사 등 야권 거물들을 일거에 구치소로 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고검장의 칼날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고, 현직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들에게도 피바람이 불었다. 노대통령의 선거자금 금고지기를 맡았던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회장, 노대통령의 집사 최도술 前 청와대 총무비서관, 노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안희정씨, 盧대통령의 후견인을 자처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구속됐다. 노대통령의 「왼팔」이던 이광재 의원은 불구속기소됐다.
 
  여기다 이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동진 현대車그룹 부회장,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전문경영인과 일부 오너마저 줄줄이 법정에 섰다.
 
  그는 盧대통령과 사시동기(17회)지만, 「소년급제」로 불릴 정도로 일찍 검사로 입신했다. 대학 재학 중인 20세에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해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관했다. 임관 6개월 만에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 발탁된 그는 이후 검사로서 한 번 맡기도 힘들다는 「대검 중수1·3과장」, 「서울지검 특수1·2·3부장」을 모두 거치는 등 특별수사의 전범」의 길을 걸었다.
 
  그의 강골 성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선자금 수사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이른바 「빌딩 발언」이다. 安고검장이 당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축재다. 선거 때 한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 사고 자식들에게도 물려 주고 그렇다는 소문들이 있는데, 이건 축재가 아니냐』고 그가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엔 일대 安중수부장을 성원하는 글들로 도배가 됐다.
 
  하지만 安고검장에게도 시련의 세월이 있었다. 金大中 정권 내내 한직을 전전하며 두 번 검사장 승진에 실패하는 등 「물」을 먹었다.
 
  安고검장의 대법관 임명제청은 작년부터 예상됐다. 지난해 검찰총장 人事에서 동기인 정상명 당시 대검차장이 총장에 올랐을 때 용퇴하는 관행을 깨고 그가 검찰에 남아 있자,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行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이번 제청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기高와 서울大 법대를 졸업한 安고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을 거쳤다. 올해 재산등록 대상 법무부와 검찰 고위직 중 재산총액이 2억5792만원으로 꼴찌였다. 부인 김수연씨와 사이에 1남1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