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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테러목표 이동
[조선일보 2003-12-01 19:35:00]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공격 목표가 초기에 주로 미군을 직접 겨냥했던 것에서, 미군정에 협조하는 이라크인 관리·경찰관들과 외국 민간인이라는 ‘연성(軟性) 목표(soft target)’로 옮겨가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대변인인 마크 키미트(Kimmitt) 준장은 11월30일 “반미(反美) 게릴라들이 군(軍)타깃에 대한 공격을 줄이고, 중립적인 신분이나 민간인과 같은 연성 목표를 좇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 미군이 주도하는 이라크 점령·재건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막으려는 것이다.

저항 세력의 새 전술은 11월29~30일에 발생한 테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사마라 등지에서 발생한 산발적인 테러에서 희생된 15명 중 한국·일본·스페인·콜롬비아 등 미국을 제외한 4개국 출신이 12명, 이라크인 운전사가 1명이었고, 미군 희생자는 2명뿐이었다. 한국인 전기기술자 2명과 일본 외교관 2명 외에, 희생된 스페인 정보장교 7명도 모두 민간인 복장에 일반 승용차량로 이동하다가 총격을 받았다. 미군측은 “반미 게릴라들이 스페인 정보장교들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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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밝혔다.

‘민간인 연성목표’를 겨냥한 저항세력의 전술 변화는 11월 중반 하루 47건에 달했던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이제 11건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라크인 협력자들에 대한 공격은 지난 한달 동안 150건을 넘었다. 키미트 준장은 “미군 공격시 게릴라들이 살해되거나 포로로 잡힐 수 있는 데 반해, 연성목표 공격은 목적을 이루는 더 쉬운 방법”이라며, “적(이라크 반미 세력)은 영리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전술을 바꾼 이들 저항세력에 재건사업을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계약업자·근로자들은 ‘표적이 넘쳐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전무(全無)하다. 키미트 준장은 “민간인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고, 미리 미군에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말 테러는 주로 수도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북쪽 170㎞ 지점에 위치한 티크리트를 잇는 1번 고속도로 상에서 발생해, 이 지역 ‘이슬람 수니파(派) 삼각지대’의 사담 지지 기반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민간인 공격과 동시에 반미 저항세력은 또 미군 공격에서도 30일 처음으로 ‘대규모 조직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날 바그다드 북쪽 100㎞ 지점의 사마라시(市)에 새 이라크 지폐를 운송하던 미군 차량 행렬에 대한 공격은 시의 동서 진입로 양쪽에서 동시에 이뤄졌고, 이라크 게릴라 사망자만 46명, 포로는 8명에 달했다. 고작 수명(數名) 단위로 이뤄졌던 지금까지의 미군에 대한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 제4보병 사단이 후세인 잔당 제거 작전인 ‘철마(Ironhorse)작전’에 돌입한 이래 최대의 전투였다. 저항 세력은 시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변의 건물 꼭대기와 골목에서 RPG7 로켓포 발사기와 소총으로 무장하고 미군 호송 차량을 기다렸다. USA 투데이는 30일 “이번 공격이 사전에 광범위한 준비와 협조속에 이뤄졌으며, 저항 세력은 대규모 공격을 통해 이라크인들에게 이제 저항 세력이 이런 대담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워릭(Warwick) 대학의 이라크 전문가인 토비 다지(Dodge) 박사는 “저항세력이 새로운 강도(强度)의 저항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민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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