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와 교육자, 개정사학법을 논하다
개정 사학법에 대한 학술대회서 찬반 양론 팽팽
교계의 강한 반발을 낳았던 개정 사학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도 어느새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개정 사학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 대부분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데 치우쳐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27일 총신대에서 학자들과 현장의 교육자들, 기독교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정 사학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기독교 교육적 관점에서 본 사학법’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찬반 동수의 토론자들이 나와 토론했다.
특히 발제자로 나선 고신대 김성수 총장과, 김 총장의 발제에 대해 토론한 좋은교사운동 김성천 정책실장은 개정 사학법에 대해 조목조목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김성수 총장은 전체 사학 중 비리 사학이 1.7%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일부 사학의 비리는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뿌리뽑을 수 있다”며 “정부는 교육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사학의 자율성을 신장시켜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또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운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성천 실장은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 학부모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비리 학교를 단순히 ‘1.7%의 소수 학교’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반박했다. 김 실장은 “비리 사학 1.7%라는 수치는 분규가 발생해서 감사를 받고 임시이사가 파견된 ‘중증’의 부패 학교”라며 “임시이사가 파견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감사가 진행되지 않은 학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결코 단순히 1.7%에 불과하다라고 넘어갈 수 없는 눈물의 수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개정 사학법 조항 중 가장 큰 논쟁을 낳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김성수 총장은 “종교 계통 사립학교의 이사회가 그 본질적 기능을 감당할 수 없도록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개방형 이사가 비종교인이거나 해당 사학의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자, 또는 특정 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인사일 경우에 그 사학의 종교교육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천 실장은 이에 대해 “개방형 이사는 학교운영위 등이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이사회가 뽑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의 입장을 반영해 선발할 수 있다”며 “오히려 공동체적 관점에서 적절한 개방형 이사를 고를 수 있는 논의 과정을 통해 구성원의 참여와 관심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 사학법이 종교 교육을 위협하느냐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이 붙었다. 김성수 총장은 개정 사학법이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 임시이사회의 선임과 존속을 가능케 한 조항과 관련, “학생이 종교적 신념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 교육을 받기를 거부하고 채플 참석을 거부할 경우, 학교는 이들을 제재할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 개정사학법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교의 종교교육을 문제삼을시 당국이 이를 ‘학교 운영에 장애’로 판단하고 임시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성천 실장은 “종교 교육의 효과는 더 이상 강당에 전교생을 집어넣고 교목이 설교를 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학교 전반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이밖에도 김인환 총신대 총장이 축사하고 오인탁 전 연세대 교육과학대학장이 기조강연을 했다. 또 한윤식 한동대 교수, 장수영 포항공대 교수,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 서경석 기독교 사회책임 공동대표, 유재봉 성균관대 교수, 강영숙 한양대 강사 등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기독교학문연구회측은 “개정 사학법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때, 상아탑의 학자들과 현장의 교육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을 논의하고 올바른 기독교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주제를 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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