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부운하가 교통관계에 기여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계절 강수량이 일정하지 않아서 낙차가 큰 곳에 갑문을 설치할 경우,
위쪽 구간에 댈 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갑문 위 구간을 배가 운행할 수 있는데,
여름철이면 몰라도 겨울철 갈수기에는 이것이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철에 잔잔한 운하 주변에 수초가 자라게 되는데,
우리의 습성상 몰래 낚시나 유흥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하수천처럼 더러워지고
여기에 모기번식의 터전이 되어 말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테네시강처럼 안벽경사를 높여서 모기가 번식을 억제한 사례를 우리는 짐작이나 할지 의문이고,
또한 수풀제거를 자주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여야 한다는 당위적 가정이 지켜질지도 의문이고.
다만, 경부운하의 효용성을 다른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역변경수로"로서의 기능 말이다.
남한강 지역에 폭우가 내리면 낙동강 수계로 배수하여 "전국 수자원 평형배분" 같은 것 말이다.
집중호우 때문에 그다지 맑은 물은 아니겠지만,
수자원의 평형배분에서 재해 및 환경 의식통합에 따른 국민 일체감을 형성할 것이며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화합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 유역에 폭우가 쏟아지면, 섬진강 상류의 물을 진주 남강으로 돌려서 영남지역에 물을 배수하고,
남강 상류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섬진강 하류로 물을 배수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지역간 환경적 이해관계를 일체화하면 부지불식간에 지역화합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닥칠 국지성 폭우 등 기상재앙에 대한 범 국토적 대응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우리나라에 수로라는 것은 운하로 이용하면 기능상 문제가 많겠지만,
유역변경수로 같으면 경부수로가 아니라 전국이 하나의 네트워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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