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인 내가 재외국민 참정권에 반대하는 이유 | 칼럼

손지혜 2008.02.05 07:05

http://blog.daum.net/montreal/14881076

지난해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이래 재외국민의 참정권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나는 비록 몸은 캐나다에 살고 있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같은 참정권을 보장 받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안목으로 재외국민 참정권이 우리나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았을 때 나는 기꺼이 반대표를 던지겠다.

이민자인 내가 재외국민 참정권에 반대하는 이유

첫째 참정권 행사의 결과가 미치지 않는 범위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국내에 부동산을 갖고 있거나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 부동산 정책이 무슨 상관이겠으며 교육문제가 가슴에 와 닿겠는가. 심지어 입장이 상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고 했을 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테솔 자격증만으로 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과 똑같이 교직을 허락한다고 하면 자녀를 영어교사로 고국에 보내고픈 교포들의 입장이 국내의 학부모들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 선거권이란 기본적으로 내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가?

둘째, 해외에서 과연 얼마나 한국의 실정을 이해하고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인터넷 보급이 잘 돼있고 대중매체가 한국소식을 빨리 전달한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거주하는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모국의 속사정은 무지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하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도 실업대책이 잘 되어있는 복지국가에 사는 사람이 이해할 리가 없고 사교육비 지출통계를 봐도 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지 알 도리가 없다. 고국을 방문해도 어디까지나 방문자의 입장으로 고층빌딩 들어서고 변한 고향풍경을 보고올 뿐 정리해고를 당해볼 일도 없고 해가 갈수록 친척도 친구도 멀어진다. 모국은 마음 속의 고향일 뿐 내가 사는 터전은 아닌 것이다.

셋째, 선거가 일으키게 될 동포사회의 반목과 분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헌법재판소의 판결 직후 여야는 동시에 환영을 뜻을 표했으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임을 알 수 있다.

국회, 정개특위 개최..재외국민투표권 부여 논란

지난달 28일 재외국민 참정권을 제한한 현행 선거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즉각 선거법을 개정해 올해 대선부터 가능한 모든 재외국민에게 투표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한나라당 주장과 "올해 대선에서는 단기 체류자에 대해서만 투표를 허용하고 점차 적용 대상을 확대하자"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

일견 양당이 100만 명 남짓으로 추산되는 단기체류자에 대해서는 연말 대선에서 투표권을 주자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유·불리에 따른 셈법에 기초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높아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아시아경제 2007년 7월5일자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동포사회의 보수성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선거권도 없는 동포사회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으로 시끌했던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연령이 높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동포사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을 떠나온 햇수가 많아질수록 고국의 변화도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주재국의 문화에도 적응을 못하는 어른들과 1.5 세대, 2 세대 간의 갈등은 한국에서의 세대간의 격차보다 크다. 게다가 한 집 건너고 두 집 건너면 서로 아는 가정이고 소문도 빠른 교포사회에서 고국의 정치문제까지 쟁점이 된다면 그 갈등을 과연 어떻게 해결할 지 두렵기까지 하다.

넷째. 의무 있는 곳에 권리 있다. 재외국민은 국민으로서의 두 가지 중요한 의무, 즉 납세와 병역의 의무에서 빠져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그 지출내역에 참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아들의 병역비리는 국내에서라면 고위공직자가 되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사회에서 재외국민으로 병역에서 면제된 자가 국민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서는 것은 공분을 살 여지가 있다.

다섯째,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부재자투표를 실시할 경우 수백억 원에 이르는 비용과 현실적인 방법상의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은 약 130여 개로 교민의 수가 많은 LA에서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커버하고 있다. (이곳 몬트리올의 경우 영사관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이 캐나다 동부 5개주에 이른다.) 만일 부재자투표를 하겠다고 하면 재외공관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처럼 주민등록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재외국민등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권장사항인 데다 그 이동현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말까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다가오는 총선까지는 어렵겠지만 이후의 선거에서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재외동포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재외동포 비례대표 확실시”

한인회장대회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공언

'이 회장은(토론토 한인회장)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 의원은 재외동포사회에 비례대표에 의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있어 실현이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면서 “의석배정은 지역구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게 될 것이며 동포인구가 100만 명인 뉴욕 같은 경우 약 4~5개의 의석이 배정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

- 토론토 중앙일보 1월 22일자

여기서 '재외국민'과 '재외동포'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韓民族)이라면 모두 재외동포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재외국민이다. 따라서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취업 등으로 장기체류 하는 경우는 재외국민이지만,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이들(20 세 이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 외국국적 취득일로부터 2 년 이내에 국적을 선택해야 함)은 재외동포다. 따라서 외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는 외국인이므로 원칙적으로 참정권이 없다.

그야말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한 술 더 떠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재외동포도 장관으로 임용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외국인 장·차관 나오나 "

한나라, 공무원법 개정안 국회 제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1일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을 폭 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인도 공무원 임용을 가능토록 하라'는 이명박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며 "능력 있는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대거 임용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월 22일자

인력이 모자라 외국 이민자들을 받아야 하는 캐나다에서도 캐나다 국적이 없으면 말단 공무원으로도 일을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고위 공직까지도 외국인을 앉혀야 할 만큼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더라도 자문역으로 채용해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현재 재외동포의 수는 약 700만 명으로 그 중의 약 290만 명 정도가 재외국민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유학생, 상사주재원 등 단기체류자는 약 115만 명으로 보고있다.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숫자가 될 정도로 많은 인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어디까지나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야지 대대적으로 부재자투표를 실시하거나 모든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오도해서는 안 된다. 재외동포 여러분의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진정으로 나라가 잘되는 길은 모국의 참정권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재외동포 2 세, 3 세가 현지사회에 올곧게 뿌리내려 그 중에 정치인으로 입성한 이들이 고국에 도움을 준다면 그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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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억 혈세낭비 재외동포 참정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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