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라이트 운동’은 한나라당이 집권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몸부림이다.
‘한나라당 가지고는 안 된다’는 상황판단,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존의지가 합쳐져, 보수언론에서 새로운 기획으로 급조해낸 게 바로 ‘뉴라이트 운동’이다. 한 마디로 그것은 보수우익이 현실 적응력을 상실한 한나라당에 내리는 사망선고이자, 그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려는 부활의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 애절한 부활의 몸짓이 성공적일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이 한심한 것은 사실이다. 보수우익이 포기하고 재야운동에 나설 정도이니까.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무리 후져도 최소한 ‘뉴라이트’보다는 낫다. 그래도 정당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전문가도 있고, 정책입안자도 있다.
반면 ‘뉴라이트’의 인적 구성을 보라. 전직 김일성주의자와 전직 스탈린주의자가 영도하는, 예수 이상하게 믿는 분들의 모임이다. 거기에 정책 마인드가 있을 리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에도 없는 희망이 여기에 있을 리는 없다.
뉴라이트운동에는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긍정적 측면이다. 최근 보수우익들까지도 한나라당을 “수구 꼴통”이라고 부르고 다닌다. “수구로는 집권할 수 없다.”(손학규) 이런 인식에 따라 한나라당을 수권 가능한 미래형 정당으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정적 측면이다. 즉 전략적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을 도와 여당을 타격하는 별동대의 성격이다. 한 마디로 한나라당을 대신하여 색깔론 공세 등 “수구”적 작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두 측면은 논리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하던 “수구꼴통”스런 짓을 자신들이 하면서, 스스로 거듭날 힘이 없는 한나라당보고 개혁하라고 주문할 수 있을까?
때문에 뉴라이트는 그 두 측면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라이트 운동이 한나라당에 정치적 전망을 제시할 수준은 못된다. 그러므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한나라당의 별동대로서 귀순용사 내세워 시대착오를 반복하는 것뿐이다.
‘뉴라이트 운동’이 한나라당의 면모를 쇄신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들에게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격조가 있어 그 언행이 한나라당보다 덜 “수구꼴통”스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상태에 사망선고는 내려놓았으나, 다시 살려낼 재간은 없는 셈이다. 보수우익은 미래의 전망을 상실했다. 이제는 그들도 그것을 안다. 하지만 대안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그 위기의 본질을 미디어의 측면에서 접근해 보자.
#2.
한나라당의 위기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요즘 미디어의 발달로 급속하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회적 소통의 주요한 양식이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전환하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활자매체와 연합하여, 방송과 인터넷 같은 영상매체와 싸움을 하려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 변동의 추이로 판단하건대 이것은 가망이 없는 싸움이다. 최근 신문의 공신력이 절반으로 꺾인 것을 생각해 보라.(신문은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과거에 신문은 여론형성과 사회적 아젠더 설정을 독점했다. 그때 신문사의 데스크는 그야말로 매트릭스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공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네티즌들은 신문을 포털 사이트에서 본다. 보수, 중도, 진보, 온갖 논조의 기사가 동시에 실리는 곳에서 개별 신문사의 정치적 편향은 간단히 무력화된다.
게다가 요즘은 각 개인이 직접 데스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저기 서핑을 해 가면서 자기가 읽는 신문을 자기 스스로 편집하는 것이다. 이로써 데스크 권력은 해체된다.
그래선지 최근 한나라당도 인터넷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인터넷의 위력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자신들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도구’로만 간주한다. 이게 한나라당이 가진 ‘인식’의 한계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된 것은 그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도구’로 잘 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변화의 필요와 욕구를 읽어내고, 그 흐름을 적절히 탔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그저 전달의 도구에 불과한 게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이다.
중앙에서 전국으로 송신을 하는 신문매체는 본질적으로 수직적인 소통의 방식이다. 반면 인터넷의 망형(網形) 구조는 새로운 수평적 소통구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 사회 곳곳에서 유지하려고 애쓰는 박정희식의 위계적 소통구조는 인터넷의 속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나라당이 고집하는 박정희식 소통은 그저 낡은 것을 넘어, 이제는 사회적 생산력을 저해하는 질곡으로 전화했다. (to be continued...)
진중권 / 문화비평가
140832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