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오전..
같은 반 동료들과 당직을 서고 있었다..
하는 일이 강력반 외근형사인지라..
평소에 못해 둔 서류정리며..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조서작성이며..
신고출동이며..등등을 하느라..
사무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띠리링~~~~
옆에 있는 형사계장실에 벨이 울린다..
형사계장 왈 "네, 네, 알겠습니다..당직형사 2명 보내죠"
형사계장이 곧바로 반장을 호출한다..
잠시 후 돌아온 반장 왈
"김형사하고 이형사는 000호 검사실에 가봐, 지원요구야.."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검사(혹은 검찰수사관)가 과장에게 전화해서 지원을 요구했을 것이고..
과장은 계장에게,
계장은 반장에게,
반장은 형사에게 지시한 것이다..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스템이 그렇다..
나와 동료형사는 000호 검사실에 도착했다..
공식적으로 출장을 내지도 못한다..
엄연히 당직명령부에 당직형사로 기재되어 있는 근무자가
타 기관원들과 함께 출장을 간다는 것은
도무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관 1명, 운전기능직 1명, 형사 2명이 출장을 갔다..
전국을 누볐다..
새벽이 되어서야 피의자를 검거했다..
휴대폰 추적하는 것도 형사의 몫이다..
(막강 검찰수사관이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을 보고 난 경악했다..)
검거해서 수갑을 채우는 것도 형사 몫이다..
수갑을 채웠는데도 검찰수사관은 쳐다만 본다..
답답한 이형사가 한마디 한다..
"피의자권리(이른바 미란다원칙) 고지하셔야죠.."
그제서야..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아, 참, 그렇지요!"하면서..
더듬더듬 피의자권리를 고지하는 검찰수사관..
(그런건, 우리경찰에서는 이미 기본인데..)
공무를 수행중인, 타 기관 소속의 국가공무원을 전화 한 통화로 새벽까지
동원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적법 타당한 것인가..
(물론, 그것을 거부치 못한 기관에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
그 하루동안..
대한민국의 국가공무원 2명은 행방불명이다..
근무지 이탈..
엄격히 말하면..징계사유다..
출장서도 내지 않고 근무지를 떠났으니..
그러나 경찰의 감사실에서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감히 징계를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검사가 지시한 것이니까 말이다..
검사는 협조요청 공문서 한 장 작성할 능력이 없는가..
아니면,
정식 공문서 같은 거 없어도..
타 기관의 공무원들 정도야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오케이라고 자만하는 것인가..
이건 검사에 의한 인권유린이 아닌가..
형사는 공무원이다..
공무원도 국민이다..
그렇다면,
혹시 국민에 대한 인권유린은 아닌가..
결론적으로,
"민주, 분권, 자주, 인권"을 위해
권한은 분산되어야 하고,
수사권은 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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