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전교조에 눌린 교육부
[중앙일보 2006-11-03 06:17]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년부터 교원평가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그저께 입법예고했다. 학교장.동료 교사는 물론 학생.학부모가 교원을 평가하는 것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평가는 어느 조직에서든 일반적이고 확대되는 추세다. 많은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매 학기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고, 그 결과는 학교의 교수 업무 평가에 반영된다.
그러나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을 보면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3년에 한 번 평가하고, 평가 결과는 교원 연수에만 활용할 뿐 인사 등에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시행령 등에 담기로 했다. 이런 평가는 하나 마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원 업무가 1년 주기로 끝나는 만큼 최소한 매년 한 차례는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평가 결과를 인사 등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하는가. 교육부는 흉내만 내고, 실제로는 교원평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후퇴한 것은 전교조 등 교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눌렸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교원평가.차등성과급 지급 등에 대해 교단의 갈등을 불러온다며 거세게 반대해 왔다. 교육부는 질질 끌려다니다 성과급 차등 비율을 계획보다 축소하더니 이번에는 허울뿐인 교원평가를 도입하려 한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이달 교원평가.차등성과급 지급 등을 반대하는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러니 많은 국민이 전교조의 철밥통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교육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67개 교원평가 시범학교의 교원.학부모.학생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교원평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교원의 74%가 "유익한 자기 성찰의 기회였다", 학부모의 68%가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교원평가로 인해 교원.학부모.학생 간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런데도 전교조는 근거 없는 억지만 부리고, 교육부는 직무를 포기할 것인가. 교육부는 제대로 된 교원평가안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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