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제사 말이다만 서커스…..옛 날 노인네들이 흔히 말하는 말시바이...
하고 .....공산주의…...이거는 시대에 영 뒤떨어진 구닥다리라...
진작 때려 치웠어야 되는데.....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놈의 서커스야그래?
서커스란게 볼거리 없고 심심하던 옛날 얘기지...
요즘같이 집집마다 방방마다 테레비가 흔하고 ...D.V.D에 인터넷에....
아 ㅡ 동네 비디오 가게도 폐업하는 판에.....뜨뜻한 안방에 벌렁 들어 누워 .....
오징어 땅콩 질겅대며 ...볼 수 있는 공짜가 수두룩인데 누가 말시바이 보겠다고
내 돈 내고 펄럭이는 천막으로 오겠어?
이런 말 하는 나도 한심한 놈이다만...이 나이 먹도록 오직 서커스 밖에 모르는 내가 꼭...
비 전향 장기수 같아서.......철 지나고 한물간 공산주의자 같은 생각지우고 전향해서…..
남들처럼 살아볼까 생각하다가도...뭘 해먹고 살지?.....여기서 그만 칵 ㅡ 막히는거라....
아이고 내 정신...내 신세한탄 하려던게 아니지......저 돼지새끼 얘기 하려다가....
아니다.......노단장 저놈........아니 그 보다 찔룩이가 먼저다.
ㅡ ㅡ ㅡ ㅡ ㅡ ㅡ ㅡ
한 십 년 됐나보다..... 그 때는 나도 현역으로 뛰었는데....
무려 스무 개의 곤봉을 공중회전으로 받고 올리는 저글링의 고수로 제법 이름 날렸지.
헌데...어느 날 우리 서커스단에 단장이 새로 왔는데....김슨상이란 그 놈이 올 때 안고온...
돼지 새끼가.....지금의 저놈......털이 꼬불꼬불하고 미련하게 생긴......저 돼지...
이 순간에도 상황파악 못하고...... 배 터지게 쳐먹고 햇볕 쬐고 자빠진......저놈이다.
처음에는 단원들이 모두 그 놈이 예뻐 죽는 줄 알았다.
저 놈이 재간을 익히면 깜짝 놀랄 일이라....저 놈 보려고 얼마나 손님이 몰릴까 하고....
헌데.....커갈수록 쳐 먹는거나 밝히고.......적게 주면 물듯 위협하고,,,...공갈치고....
우리 단원들이 먹으려든 밥을 그 놈이 거의 다 쳐먹는 지경애 이르러서야....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가득이나 사양길로 접어든 서커스.....
수입의 삼 분지... 삼을 먹어 치우더니...김슨상 ...아니...김단장이....결국 그 놈 식비로 ...
우리 서커스의 재롱둥이 ....원숭이 다섯 마리를 몽땅 팔아 먹였지.....
다음 해에는 한발로 서서 춤추던 푸들 한 쌍에..... 한글을 영어로 척척 번역하던....
진돗개 한 쌍을 팔아 먹어치웠지....
좌우간 몇 년 동안 그 돼지 새끼에게 갖다바친게… 서커스단 동물….. 씨가 말랐다
쳐 먹고 살만 뒤룩뒤룩 찐 돼지를 기껏 써먹는다는게 ......하루 두 번 공연에 오분씩....
...운동 시키기로......통 굴리는 재간만 시키고.......김단장은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쓰다듬고 안아주고 .....우리는 구경도 못 해본......인절미에 꿀 발라 ...몰래 갖다주고...
따뜻한 햇볕에 모셔 두고선....뭐? 이 돼지는 우리 서커스단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나?
무슨 개 같은 ...아니 삼겹살 같은 소린지.....그러다가 어느날.....아이코..고소하기도하지...
오냐 오냐 버릇든 돼지새끼가......김단장이 갖다주는 인절미에....
꿀이 적게 발렸다고 ......와락… 다리를 물어버린거라.......
그 때부터 지팽이 짚고 찔룩이며 다니니 ...단원들은 모두가...그 밉상을.찔룩이라 부를 밖에...
그러더니 그만 돼지에 정나미가 떨어 졌는지......지금의 노단장.....저놈에게...
서커스 단장자리 팔아먹을 때 돼지를 같이 인계하면서....
ㅡ 나가 물린거는말시....어데까지나 사람 잘못이여....돼지가 머시기를 안당가?
헝게... 거시기하게 잘 달래사 쓰는거여. 맞있는거 돌란데로 주먼 안 물것잉게 팍팍 주랑게.ㅡ
요따위 소리로 돼지를 편들어 ..노단장도 ...무슨 비밀이 있는지....돼지를 맡았는데....
사실말이지....노단장놈이.. 단장은 무슨 얼어죽을 단장이야? 단장감이 그렇게 없어서?
다 한통속이지....공중 외줄타기 단원이던 노잽이가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난 후...
찔룩이 단장과 삼 일을 쑤근 대더니.....하루는 우리 단원들이 수제비 끓여 아침 먹고 있는데
ㅡ 지금부터는 내가 단장인기라.......다른 거는 다 깽판쳐도 좋다.
단 . 슨상님이 애끼시던 돼지한테는 깽판치면 안 된다.ㅡ
슨상? 언제 쩍 부터 슨상이여? 그 놈의 돼지 오고부터 우리 단원들은 맨날 수제비나 먹는데....
그 놈은 돼지 주제에도 매일을 탕수육에 군만두에 라조기에 잡채밥에....
아이구 이름도 다 못 외우겠다.
새로 단장된 노단장놈이... 한 수 더 뜬다. 우리가 수제비 먹는걸 뻔히 보면서도.....
뭐? 쌀밥 줘라...적다 더 줘라...고기도 잘 먹던데 소고기 갖다 줘라...덥겠다 목욕 시켜라...
춥겠다 오리털 파카 입혀라.....이거야...쳐 먹기나 적게 쳐 먹으면 좋으련만...
노단장놈 단장되고 사 년 만에 ......결국 서커스 간판으로 있던 코끼리 한 마리 까지 팔아서...
그 놈의 원수....돼지 뱃속에 처 넣었으니...
말시바이는 고사하고 깡통쑈 서커스 되고 말았다.그래도 말하는 거 보소.
ㅡ .배 부르게 주이 얼매나 평화롭노?..... 돼지하고 전쟁 안하고...ㅡ.
요새는 하다 하다가 제 놈도 고민이 좀 되는지....노단장놈 이마에 굵은 주름이 하나 더 늘더니....
갑자기.. 무슨 기발한 생각을 해 냈는지.....전 단원을 모아서 .......일장 연설을 까는데.....
말 솜씨야 어디가나.....듣고보니 그럴 듯도 하더라고....욧점만 추려보면 요런거라....
겨울이 코 앞인데 이대로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획기적으로 손님을 끌어 모을 방–j이 생각났다.
내 말대로 하면 우리 써커스단 백 년은 간다.....방–j은 두 가지......
먼저,...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도 시도한 바 없는... 돼지 공중 줄타기 쑈를 한다.
돼지가 공중곡예를 한다고 선전하면.......토픽감이라.....관객 왕창 몰리는건 시간 문제고......
둘째,,,서커스란 늙은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거니......어린이는 십 사세 까지 무료다.
어린애 혼자 오겠나....부모 손 잡고오지....65세 이상도 무료다....
.다 늙은 늙은이 혼자 오겠나.....아들 며느리 둘 중 하나는 데려오겠지….이런 소리라…
단원들 모두 노단장놈 말 솜씨에 긴가 민가 하다가도.. 썰렁한 객석보다 꽉 찬 관중 앞에서
재간 부려 보는 것도 몇 십 년 만에 있는 신나는 일이라…....다음 날부터 초등학교 마다
단원들이 정문을 지켜서서 ….무료입장권 수 십 만장을 나눠주고…
.나 하고 몇은 경노당 ?아 다니며 또 십 여 만장 뿌렸는데…….
.드디어 어제…...전 단원이 희망에 들떠….. 새 옷 입고 분 바르고 치장에 분장하고……
생 난리를 치른 다음…….아침부터…… 주둥이 나온 유사만은 트럼펫불고……
징 채 같이 긴 얼굴... 김구태는 징 치고…….입 안에 사탕 감춘 이종삭은 북 치고…..
까치 살모사 이하찬은 표 받고 …….문희성은 돼지대가리 분장 필요 없이 꿀꿀대고….
김한골이는 무용수하는 제 마누라랑 백대가리 흔들며 꽹가리 치고…….
정도양이는 마이크 볼륨 입빠이 올려…..ㅡ 자…살아 생전 두 번 다시 못 볼 쑈…쑈…쑈우..
우리 서커스 단장이 직접 돼지와 함께 외 줄을 타는 묘기….
핵 폭발에 버금가는 빅/…. 쑈…쑈……쑈우…ㅡ……입으로 게 거품을 북적대고……
.내 말시바이 생활 오래 했다만 이런… 생 난리는 처음이라……
나는…..늙었다고 매표창구에서 표나 팔라기에…….표나 파는데……..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야 ㅡ ㅡ 참……구름 같이 몰리데…우리 단장님(!)방–j(!)... 신통도 하시지….
.오 백석 천막에 수 십 만명이. 몰려 밀고 밀치니….이런 대박이 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역시 노단장님(!) 머리 다치고 나시더니…….기똥차시구나/
드디어 막이 올랐다…..삐에로 분장의 백대가리가 한바탕 재롱을 피워도
관객들 반응이 썰렁하니까….단장님(!)이 손수 옛날 가락으로 줄타기를 하는데….
한 손에 돼지를 유인할 꿀 바른 인절미 쥐고 ….900 Kg짜리 돼지를 유인해 줄에 올렸다.
한 걸음 두 걸은 돼지를 유인하니….이 놈의 돼지가…인절미 먹을 생각에….
.신통하게 중심을 잡고….줄 가운데 까지 왔다……ㅡ 이 때/ 정도양이 마이크로……
ㅡ 자 ㅡ 아슬아슬 합니다…메가톤급 핵 묘기…돼지의 외줄타기…...성공 할 것인가……
.자…자…..조금만…더....아…드디어……드디어 성고 ㅡ옹/ 박수 ㅡ 우……ㅡ.
십 년 동안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대포 같은 박수소리에
깜짝 놀란 돼지가 중심을 잃어…….철퍼덕 ㅡ 꿍/ 떨어지더니……
.온 세상 떠나가라 돼지 멱 따는 소리 질러대고…..
미친 듯 휘저으며 관중들 속으로 뛰어들었다…………그 다음은 어찌 됐겠나?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오늘 아침에…..경찰서에서 밤샘 조사 받고 나온 노단장 놈(!)이 ……
.아침도 굶고 쪼그리고 있는 단원들 앞에서 ……..그래도 싱글벙글 웃는 눈으로…..
ㅡ 돼지가 깽판치는거사 ….지도 살라고 방어차원에서 그런거이 당연 한기고……
.어이 김구태... 니는.... 돼지 컨디숀이 어떤지 가서 살피고온나…
.만수동 朱石弓동물병원에 모시났다 ..그라고….관객들 다치고 놀랜거는 즈그들 잘못이제…
.돼지가 머럴 알겠노? 사람이 피해야제…멧 놈 다친거는 …치료비…그거 멧푼 되겠노?....
그란데…어제 표 멧장 팔았노? ….오 만장은 넘제?ㅡ …
그 말에 내가 어이가 없어…..검지와 중지 두 개를 펴 보였더니….
ㅡ 머시라? 이 만장? ….그래도 그기 어데고…..이 륙은 십이….일억이 넘네?…..
햐 ㅡ 저 놈 참….이 만장?.....어제 들어 온 손님들 뒤통수만 봤지 ……앞을 못 봤구나…..
손님이라곤 어디서 순……..65세 이상의 늙은 공짜손님이 데려 온 ….
.14세 미만의 어린애가 태반이고…...유치원 단체 손님에 ..,…경로당 단체 손님에…..
제 돈내고 들어 온 건 딱 ㅡ 두 명이라는 얘긴데……저 걸 단장이라고......
뭐시라? 방–j?....에리이 노무 새끼야.....이게 장수천 물장수식 방–j이냐?.방–j이?
그 대가리에서 나온 방–j이 그렇고 그렇지 별 수있냐?
네 방–j 좋아 하다가… 백 년 전통의 우리 서커스…....
단 사 년 만에 ……..작살 났다.
그 동안 돼지아가리에 다 퍼다넣고 ….망연자실…..눈깔 퀭ㅡ 한 저 단원들을 보니……
에라……결심 했다/…..어차피 비 전향 장기수 같은 내가…..여기 있으나 거기 있으나….
차라리 수제비보다 콩밥이 낫지……
아예 이참에……..내 ….저놈의 돼지를………당장에 도끼로…………
치는김에……………...저 노무 단장놈도………..아니..아니………
찔룩이……찔룩이가 원조라……………………………………………….그 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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