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시평] 거대정부와 작은정부의 갈림길
내년 정부의 실질적인 예산증가율이 당초 7.9%보다 1.7%나 높은 9.6%에 달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해야 할 4조2000억원의 의도적인 누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유야 어떻든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무려 26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정부 지출은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 면에서 정말 문제가 많다.
참여정부 들어 정부지출은 매년 전년 대비 6~7% 성장함으로써 평균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해 왔다. 정권의 성격 자체가 성장을 위한 작은 정부 대신 평등을 위한 거대 정부를 지향해 왔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여 왔다면 이처럼 방만한 재정팽창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복지와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내걸고 대폭적인 예산 증가를 서두르는 행정부를 견제할 만한 세력들이 미미한 실정에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팽창이 계속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모두 48개나 되다보니 예산 증액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한 명을 뽑는 것은 여러 비용을 포함해서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사람에게 30년 근속을 약속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무원 한 명을 늘리는 일은 수십 년 동안 15억원 상당 지출을 국민들이 약속하는 일인데, 이런 결정들이 큰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 법한 일인가.
의식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게 되면 이미 행정의 현장에서는 복지재정 증가 때문에 예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복지라는 이름의 예산을 편법으로 타는 탈법과 불법을 막기 위해서 행정관청과 수혜자들 사이에 숨바꼭질이 치열하게 이루어진다.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잡을 수 없다`는 옛말처럼 본격적으로 속이려 드는 사람들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치는 의타심의 증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사업이란 깃발 아래 행정복합도시 건설, 18개 혁신ㆍ기업도시 건설, 125개 공공기관 이전 등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들은 앞으로 두고두고 재정 부담을 국민에게 끼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들어 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가 토지보상금으로 지출한 돈이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45조원이다.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액수를 고려하면 보상금 총액은 52조원을 웃돌 전망이며, 차기 정부가 떠안아야 할 토지보상금까지 합치면 해당 지역 공시지가가 4년 동안 58%나 폭등함으로써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당연히 이 가운데 다수는 빚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사업을 주관하는 관련 공사의 금융부채 증가도 위험한 수준이다.
예산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국가는 징세권이라는 강제력을 동원해 민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 일부를 거두어 들여서 대신 사용하게 된다. 당연히 징세 방법과 액수는 개개인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근래에 정부 예산지출에서 근검절약이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돈은 얼마든지 거둬들일 수 있으니까 좋은 명분으로 잘 사용하면 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부동산 과표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기 때문에 이 땅에서 유일하게 정부만 초호황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세금이 많아지게 되면 국가는 부유해지고 개인 지갑은 얇아지게 된다. 과도한 세금 부담은 단순히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우리 사회는 그런 조짐들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과거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가 중요하다. 선거철이 되면 정권을 쥐기 위해 중도적인 색체로 정치인들은 자기 정책과 이념을 포장하게 된다. 그래야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에 성공하는 정치세력들이 신념만큼 중요한 일도 드물다. 유권자들이 꿰뚫어 봐야 할 점은 `중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의 말의 성찬 가운데서 양파를 벗기듯이 외피를 하나 둘 벗기다 보면 이번 선거는 결국 `평등-좌파`와 `자유-우파` 두 진영의 대결 구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수단은 `거대 정부로 가는 길`과 `작은 정부로 가는 길`로 나누어짐을 물론이다.
다시는 유권자들이 언어라는 포장에 속아 넘어가면서 내내 가슴 졸이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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