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중에서도 내향적 사고형(introverted thinking type) 내향적 사고형은 냉담·강인·집념·체계적·독재자의 특성이 강하고, 자기의 신념이나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냉정하고 치밀하며 용의주도하고 계획적인 특징이 두드러진다. 박 대통령과 같은 내향형은 겉으로 보기에 무뚝뚝하지만 일단 가까워진 사람에게는 다정다감하고 인정을 베풀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육사 선배인 김점곤씨는 모든 사람에게 양면성이 있지만 박정희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두 얼굴을 가진 박정희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냉엄하지만, 일단 친해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소탈할 수가 없다    고 말했다.

이러한 내향적 성격의 특징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고 사랑과 미움이 뚜렷하다. (이부영, 전게서, p. 154) 나아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피아(彼我) 구분이 명확하고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박 대통령의 양면성은 근면과 절제로 상징되는 금욕주의(asceticism)의 면모를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폭음과 과잉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예컨대,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 마시거나 맥주잔에 정종을 1/3쯤 채워 숨도 쉬지 않고 꼴깍꼴깍 들이킨 뒤,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한 채 몸을 흔들며 황성옛터나 짝사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평소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이 술좌석에서 나타난 것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내향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장난치거나 쉽게 어울리지 않고 어른스럽게 행동했으며, 종종 냉정하고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보통학교 동기생 박승룡의 회고에 의하면, 박정희는 악바리 대추 방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몹시 독한 데가 있어서 급우들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예컨대, 박정희가 급장이던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급우들 가운데 그에게 맞아보지 않은 아이가 드물 정도였다. 동급생들보다 키가 작았지만 말 안 듣는 아이들은 체구나 나이가 위일지라도 겁 없이 뺨을 후려갈겼다고 한다. (조갑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조선일보사, 1998, pp. 353∼354.)
 
박 대통령의 유년기를 좀더 자세히 분석하여 그의 성격유형과 심리학적 연관성을 살펴보자. 박 대통령은 1917년 11월 4일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동이라는 두메산골에서 가난한 농가의 7남매 5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1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을 그대로 상징하는 가난한 마을에서 자란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가난한 소작농 살림에 위로 형과 누나들을 여섯이나 두었으니 어리광은커녕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의 막내아들로 자라난 가정환경은 성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먹을 것이 부족한 형편에 위로 4명의 형과 2명의 누나들을 두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식과 부족한 의식주에 대한 불안감(anxiety)을 느끼며 성장했을 것이다. 
 
그의 유년기는 어려운 가정환경과 주변환경 속에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compulsion)이 강한 상태로 지속되었다. 박 대통령은 훗날 가난은 많은 깨우침을 주고 결의를 굳게 만들어준 나의 스승이자 은인이다라고 회고했다. (박정희 <국가와 혁명과 나> 지구촌, 1997, p. 295.) 구미보통학교 시절에는 20리가 넘는 머나먼 등하교길을 비가 오나 눈이오나 6년간 걸어서 다녔다. (정광모 <청와대> 어문각, 1967, p. 130.)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한 뼈저린 체험이 훗날 경제개발과 근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군인을 동경했다. 1970년에 쓴 자서전 <나의 소년 시절>에는 그가 군인·혁명가의 길을 걷기로 작심한 최초의 계기가 나온다. 자서전에 의하면, 소년시절 고향인 구미에서 야외훈련을 받고 있는 일본군을 보고 군인을 무척 동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춘원 이광수가 쓴 <이순신>과 <나폴레옹 전기>, Hitler의 <나의 투쟁>이나 대구사범 시절부터 탐독했던 <플루타르크 영웅전> 등 전쟁영웅기를 통하여 권력과 군대, 정복, 지배, 남자다움을 동경하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검도·사격·나팔·육상 등 무인기질이 강한 운동이나 취미를 좋아했으며, 특히 총검술은 직업군인을 능가할 정도로 우수했다.  하다못해 칫솔질을 할 때도 수건을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세면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마치 결투장으로 향하는 무사(武士) 같아 보였다. 이런 박정희를 보고 그의 모친과 누나는 아무래도 저 아이는 군인이 되겠군이라고 말했고, 대구사범 당시 하숙집 주인은 대쪽같은 성품을 보고 이 사람은 군인이   되어야 할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은 20여년 군대생활을 통해 절대명령과 절대복종을 미덕(美德)으로 간주하는 군사문화를 체질화함으로써 권위주의적 통치자가 되었고, 사자의 공격성과 여우의 지혜를 겸비한 마키아벨리즘 신봉자가 된 것이다. 
 
그의 무인기질, 즉 군인정신의 원천은 Napoleon(나폴레옹)이었다. 남성은 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싸움에서 이겨야 무사(武士)로 인정받는다(Adorno,et al.,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1960). 박 대통령은 영웅전 가운데 나폴레옹 전기에 푹 빠져서 자신과 나폴레옹을 동일시하였다.

Freud의 정신분석학적 접근방식에 의하면, 자신과 위인을 동일시(identification)하면서 대리만족과 함께 미래에 대한 욕망을 키웠고, Jung의 심리학적 유형에 의하면, 객관적 현실보다 이념이나 관념에 더 영향을 받아 외부의 대상을 내재화하였다. (이부영, 전게서, p. 150.) 박 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 시절 동기생 이영원에게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나폴레옹은 나처럼 가난한 촌놈 출신이고, 엄마가 지극 정성이며, 작은 키가 비슷하고, 어릴 적 꿈도 군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일본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심지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일본군 장교 복장에 점퍼 차림을 한 채 가죽장화를 신고 말채찍을 들고 사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박 대통령의 성격과 리더십행태 그리고 국정운영스타일의 모든 영역에서 군(軍)이라는 개념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구한말 정치적 혼란기에 자라나 40여 년 동안 미국생활을 하며 처세술과 친미주의에 익숙해진데 비해, 박정희 대통령은 일제통치의 안정기를 거치며 군대생활을 하는 동안 엄격함과 친일주의에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4·19혁명 이후 3·15 부정 선거에 개입된 부정부패 장성(將星)을 추방하라는 정군(整軍) 운동이 일어났을 때, 박 대통령이 정군파 장교의 지도자로 추대된 것을 보면 청렴하고 능력 있는 군인으로 인정받았던 것 같다. 결국 박 대통령은 1961년 5월16일 쿠데타에 성공하여 육군대장, 최고회의 의장 그리고 1963년 제3공화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장장 18년 5개월 동안 집권하다가 1979년 10월26일 만 62세로 비운의 생(生)을 마감할 때까지 국민들에게 희망과 좌절, 영광과 비극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오랫동안 괴롭힌 것은 쿠데타 콤플렉스로 인한 무의식적 죄책감과 불안심리였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1979년 죽기 한 달 전까지 청와대 침실 침대에 카빈 소총 2정을 두고 잠을 잤다. 박 대통령은 그 즈음 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하거나 누가 나를 노리고 있다. 머리맡에 권총을 두지 않으면 두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Freud에 의하면,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악화하면 점차 히스테리(hysteria) 증세로 발전하게 된다. 1960년대에 박정희와 자주 술을 마셨던 이병주씨는 박정희를 국수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 무식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신념을 가진 사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는 사람, 별나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 유아독존적인 사람이라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