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천안함 침몰원인규명이 자칫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것도 군 최고위층의 발언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침몰원인 규명에 대해 "기뢰나 어뢰가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지만 물증이 제한되기 때문에 영구미제로 남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영구미제 사건이 되지 않고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지만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군 최고위층이 영구미제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진행중인 함미 절단면 조사와 파편분석 등에서 외부폭발을 증거할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이날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사고원인을 밝혀줄 파편이 수거됐느냐는 질문에 "다른 파편이 발견된 것은 전혀 없다"며 "폭발과 관련된 다른 무기체계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진작부터 이번 사고의 원인을 외부폭발에 무게를 두고 중어뢰나 버블제트를 일으킬 고성능 어뢰의 흔적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수거된 천안함 잔해에서 화약성분이나 검출되거나 어뢰기종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한다면 사고원인 규명은 한층 구체성을 띨 수 있다.

여기에 침몰전후로 한 서해상의 북한군 동향만 정확히 파악된다면 '외부폭발=북한 도발'이라는 현상태에서 군당국이 가장 현실성 높게 보는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하지만 민군합동조사단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첫 단추로 여겨졌던 함미가 인양되고서도 좀처럼 조사작업에 진척을 못 내고 있다. 함미 절단면 등에 대한 조사에서 예상외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함수인양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군합동조사단의 시선은 바다 속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해저에는 더 많은 잔해와 파편이 널려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인양작업 때와 마찬가지로 사고해역의 환경적 요인은 이같은 시나리오 완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빠른 조류와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는 최첨단탐색장비의 접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류에 휩쓸려 파편 등이 이미 외해로 흘러갔고, 나트륨을 함유한 바닷물이 화약흔 등을 지웠을 가능성도 있다.

군당국이 잔해나 파편이 유실될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인양편의'를 위해 최초발견지점으로부터 4.6㎞ 떨어진 백령도 인근해로 함미를 이동시킨 것도 정확한 원인규명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군 관계자가 해저에서의 탐색작업을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에 비유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영구미제가 현실화되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군사지역이라해도 무방하다.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사고와 사건의 가능성은 충분히 널려있다.

특히 사고당일을 전후로 서해상에서 독수리훈련이 진행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다변화될 수밖에 없다. 통상 대대적 해상훈련이 진행될 경우, 주변국들의 이에 대한 감시나 첩보활동은 당연시된다.

이 경우 북한은 물론 미국과 한국, 심지어 중국, 러시아도 이번 사고와 무관할 수 없다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김 장관은 원인규명 작업과 관련, "물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함정의 뒤틀림 현상이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만한 것은 여러가지 있고 그에 따라 군은 국가적 대응에 관한 모든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짐작'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들은 영구미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자체를 꺼리고 있다. 영구미제 사고로 이번 사고가 갈무리될 때 오는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영구미제 가능성 제기는 예단"이라며 "원인을 밝혀내기 노력하고 있고, 파편을 분석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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