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정은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
[머니투데이 이승제기자]북한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가 20일 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김 전 부회장의 원상복귀를 "최후통첩식"으로
요구한 것도 그렇고, "7대 독점사업권"에 구속될 이유가 없다는 자의적인 해석도 문제다. 특히
북한측이 그토록 김 전 부회장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은 게다가 현대그룹 신실세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면서 "현대사태에 미국과 한나
라당의 검은 손이 뻗치고 있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김 전 부회장에 집착하는 속내를 부분적으로 내비쳤다. 현대그룹 상층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미국
의 관계가 긴밀해졌고, 이것이 김 전 부회장의 퇴출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현대그룹에 초강경 카드 제시=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현대그룹
을 강력하게 아압박했다. 관계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김 전 부회장의 복귀는 물론 현정은
회장의 측근 제거까지 일괄 제시했다.
북한은 "김윤규를 죽인 것은 곧 정주영 명예회장을 죽인 것", "현대는 정주영-정몽헌 선생들이
자 곧 김윤규로 여겨졌다" 등의 표현을 통해 김 전 부회장에 대한 끝없는 믿음을 재확인했다.
반면 김 전 부회장을 배제한 현정은 회장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래의
얼굴이 하나도 없는 현대는 현대가 아니다"며 따라서 현정은 체제 하에서는 "7대 독점사업권"을
준수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특히 담화에서 현정은 회장의 모친과 한나라당 고위당직자 K모 의원이 남매 사이인 점을
적시하며 현대그룹이 한나라당을 거쳐 미국과 밀착돼 있다고 암시했다. 결국 북한은 김 전 부회
장의 전격 퇴출에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고,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의 원상복귀와 현 회장 측근들의
제거 없이 사업 지속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다만 현대그룹측이 "백기투항"할 경우 사업을 지속할 여지가 있다고 요구했다. "현대 상
층부가 곁에 와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리고 옳은 길에 들어선다면 우리는 그들에 금강산
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주는 아량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대북사업, 중단되나=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개성-백두산 관광은 물론 기존 금
강산 관광까지 중단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지난달부터 축소 운영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
"민족의 기쁨과 통일의 희망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의 엄중한 위기에 처하게 된 데 대
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주장한 것.
이에 대해 금강산 관광의 전면 중단 가능성은 낮은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측이 최근 정동
영 통일부 장관을 통해 "금강산 관광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금강산 관광이 북측의 주요
달러 수입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번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우며 "파격 행보"를 서슴지 않아 왔다는 점
에서 전면 중단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는 "현대아산과의 금강산 관광"을
접고 다른 사업 파트너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그룹측은 이에 대해 "해법찾기"에 골몰하기 시작했으나 북측이 워낙 강력한 최종 카드를 제
시함에 따라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이승제기자 op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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