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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의 오발 사고인가.’

‘저격수’ 박지원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접촉 의혹을 제기하다 양쪽으로부터 '겹 고소'를 당하며 수세에 몰린 그가 반격 대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

정가에선 “박 원내대표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재반격론’과 “헛손질에 할 말이 없는 것”이라는 '외면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메가톤급 폭로' 뒤 침묵…'박근혜 1일1공세'도 휴업

이번 논란의 발단은 박 원내대표의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야심찬' 저격에서 비롯됐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대선주자가 저축은행 비리의 핵심 인물과 만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메가톤급’ 폭로였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전면 부인한 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21일 박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여기에 박 씨까지 박 원내대표를 고소하며 ‘저격 실패’의 수세에 몰린 상황이 됐다.

더욱이 명예훼손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박 씨로부터 “박 전 위원장과는 모르는 사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박씨는 검찰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을 때 신문사 편집국장과 방송사 보도국장이 모인 식사 자리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박 전 위원장이 와서 (국장들과) 인사한 적이 있지만 나와 직접 인사한 것은 아니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밝혔다는 것.

상황이 이같은데도 박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지도부 출범 이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낮추는 동시에 자신이 폭로한 사안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녹취록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내곡동 사저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언론사 파업’ 등의 사안으로 정부여당에 맹공을 폈지만, 그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았던 ‘박근혜 공세’는 없었다.

지난달 31일 박 전 위원장에게 고소를 당한 뒤 “흥미진진하다. 흥분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성희롱’ 지적에도 “성희롱으로 또 고소당하면 된다”고 여유를 부리던 그였다.

"막가파식 폭로정치 종지부 찍어야"

이에 새누리당 전광삼 수석부대변인은 “박 원내대표의 '막가파식 폭로정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사자들이 만난 적 없다는데 박 원내대표는 도대체 누구의 얘기를 듣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게 됐는지 궁금할 뿐”이라며 “박 원내대표는 박 전 위원장과 박 씨의 유착 의혹을 폭로하게 된 구체적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박 씨가 박 전 위원장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을 검토 중이다. 박 원내대표가 녹취록 등 관련 입증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 측 고소 대리인을 조사한 뒤 박 원내대표의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박 원내대표의 저격이 ‘오발사고’로 판명날 경우, 이해찬 대표와 함께 꾸려진 ‘강성지도부’의 대여공세 칼날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야당의 ‘김대업류 흑색선전’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열려있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