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약속 지켜야
여당이 강행 처리한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그동안 논란이 돼온 독소 조항을
거르지 않은 채 입법예고됐다. 지난 1월 말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한 여야 합의가 열
린우리당의 거부로 지켜질 가능성이 작은 데다 한나라당조차 5·31 지방선거에 정신이 팔려
4월 임시국회에서의 재개정안 처리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우선 개정안은 개방형 이사의 조건을 ‘건학이념을 구현
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같은 종교인이란 이유로 기피 인물을 추천할 경우 오
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사학단체의 주장을 감안할 때 사학의 투명 운영을 위한 조치
가 오히려 분쟁의 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여기에다 개방형 이사나 감사를 추천하
는 대학평의원회에 학생과 직원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한 것도 독소 조항으로 지적
되고 있다.
또 사학 임원의 비리가 법원 판결이나 검찰 기소, 교육청·교육부의 감사에 의해 확인될 경
우 곧바로 임원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사학이 너무 쉽
게 외부 손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임시이사가 오히려 부정과 비리를 일
삼아온 사례가 한 시민단체에 의해 공개됐듯이 임시이사 파견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학의 자율권을 보장해 창의적 교육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정치권은 7월
시행 이전에 사학의 자율성 확보는 물론 사학재단의 재산권과 학교 운영권을 침해하는 개정
사학법의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한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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