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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정치학…5% 이내는 처음이나 맨 끝을 찍는다?
[헤럴드생생뉴스] 2007년 11월 28일(수) 오전 10:1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1번 콱 찍어 달래이.”
“한번 바꿔보입시더. 2번 찍어 주이소.”
투표용지에 인쇄될 기호번호를 둘러싸고 역대 대선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다.

한국 대선의 역사는 기호 1번과 2번의 싸움이었다. 보통 집권당의 후보는 기호 1번이었고, 야당 후보는 기호 2번이었다. 재집권을 위한 여당과 정권교체를 내건 야당은 숙명의 대결을 펼쳐왔다.

1번은 승승장구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기호 1번으로 승리했고, 87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92년 김영삼 전 대통령도 기호 1번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은 ‘1번=승리’ 공식은 통하지 않았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 평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각각 기호 2번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역대 대선이 1번과 2번의 피말리는 대결로 점철됐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도 1, 2번의 싸움이라곤 장담할 수는 없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12번에 등재됐지만 2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1, 2번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기호번호가 과연 득표율 변수가 되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호번호가 등락에 영향을 줄만큼의 변수는 아니지만 미미한 득표율 변화는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전문 케이엠조사연구소 김경식 대표는 28일 “아무래도 기호번호 판독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 층에선 1번이나 맨 끝 번호를 찍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이런 이들이 전체 투표자의 5% 이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며 “다만 시대가 바뀐만큼 이런 이들이 있다고 해도 거의 미미한 숫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호 번호와 득표율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해석엔 대선후보 각 진영도 어느정도 수긍하는 듯 하다.

실제 각 후보 진영에서는 기호 번호에 큰 의미를 두며 이를 활용한 대선전략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후보 측은 기호 1번의 상징성에 초점을 둔다. 대선 운동이 본격화될 수록 ‘1번의 효과’가 커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민병두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역시 1번이 가지는 ‘선두’라는 이미지 효과는 있는게 아니냐”고 했다. 장복심 의원도 “어디를 가나 맨먼저 불릴 수 있으니 느낌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진짜 선두로 오르는 일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 진영은 10년동안의 ‘2번 불패신화’에 힘을 준다. 지난 97년, 2002년 대선에서 2번이 승리했으므로 이번에도 기호 2번으로 3연패가 예정돼 있다는 논리다. ‘2번=승리’ 공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친다.

강승규 선대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번이 역시 또 이길 것”이라며 “이(李)씨 성도 좋다. 숫자 2를 넣어 이명박을 ‘2명박’이라고 쓰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권영길 후보 측은 ‘3’의 숫자가 일단 ‘복삼자’여서 좋다고 한다. 1번 여당, 2번 야당의 실정(失政)을 심판하는 제3자가 바로 권영길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많다. 이들이 3번을 택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인제 후보 측은 기호4번을 야구의 4번타자에 비유, ‘4번 타자 강타자’ ‘4번 타자 역전홈런’ 등의 문구를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국현(6번) 후보 측은 육감론(?)을 제시한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육감을 지녔으며, (우리는 그가)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육감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전략적 멘트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배수진성 멘트로 기호 12번을 각인시키고 있다. 그는 유세 출정식에서 “‘아직 열두(12) 척의 배가 있고 순신은 죽지 않았다(尙有十二舜臣不死)’는 이순신 장군을 기억해달라. 저도 12번 꼴찌 번호를 받았지만 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최한수 특보는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다 싶으면 합쳐서(1+2) 12번을 찍어달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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