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올들어 제법 눈다운 눈이 왔다.
그 날은 마침 볼일이 있어 아침부터 집을 비웠다가 밤 12시가 넘어 들어왔으니,

도심의 아스팔트에 녹아내린 염화칼슘의 흰자국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25일 오후,석양이 지기 시작하는 시각에 우연히 베란다 창을 통해 우면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광이 사선으로 비치는 갈색의 산에 또렷이 드러난 슬로프가 서너 개가 영 낯이 설다.
수목 속에 감춰졌던 산사태 지역에 눈이 쌓이니 영락없이 스키장의 슬로프가 떠 오른다.
지난 여름에 남부순환로로 쓸려내린 토사가 머물던 자리다.

그 날 아침 그 부근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하던 말이 새삼스럽다.
"여기는 아직도 가려놨네."
토사가 흘러내렸던 지점을 좌우로 가린 펜스를 보며 혼잣말차럼 한 말인데 이제서야 그
말의 참뜻을 느끼는 심정이다.
그의 말은 아마 아직도 공개가 불편한 현장이 많다는 것에 대한 불평이었으리라.

세상이 다 아는 대규모 피해지도 펜스로 덮는 판국이니 사람들끼리의 부정과 비리는
 얼마나 묻히고 가려져 있겠는가.
또,얼마나 묻혀지고 가려지려고 술수를 쓰겠는가.

지난 번의 우면산 참사에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다.
거기에 비해 책임을 진 자들은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왕 이리된 거,우면산에 퍼블릭 스키장이라도 짓자.
마침 북사면이니 인공눈을 만들어도 코스트를 낮출 수 있다.
토건족들에게 거액의 대출이라도 일으켜 능선마다 스키 슬로프를 만들어라.
서리풀 공원에서 출발하는 리프트 겸 삭도도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