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회창....
아~!, 이회창.......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 했기에,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라 했다...”
오늘 당신의 회견을 보며,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로 떨어야 했고, 메마른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차가운 감옥을 자청해야 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차라리 더러운 승리자의 오만과는 지겹도록 인연이 없었기에 오늘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도 자위해보았습니다.
당신은 범법자였습니다. 통합선거법에 명시된 정치자금 모금 한계를 넘겼고, 모금방식도 불법 투성이였습니다. 두차례 대선에서 법정 선거자금을 초과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풍토가 어찌했든 이제는 정상 참작의 여지를 찾을 때가 아닌지라, 말 그대로 당신은 범법자일뿐입니다. 오늘 당신은 흔쾌히 그것을 인정했고 갈 길을 찾아 가셨습니다.
당신이 지난 대선에서 실패했을 때,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은 당신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라고도 질타당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당선자에게 마냥 기쁨의 축하 인사를 보내기엔 이 나라의 앞날이 너무도 위태했습니다. 노무현에게서 이 나라의 어두운 미래를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너무도 야속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범법자이면서, 동시에 역사의 죄인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특히 곪을대로 곪은 우리의 정치풍토를 보듬고 ‘법치주의 정착과 바른 나라 건설’을 향해 전진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온갖 음해에도 불구하고 내내 당당했던 당신이었지만, 수십년 ‘원죄’의 굴레는 너무도 버거웠을 것입니다. 불과 7년여 정치권에 투신했던 당신은, 노무현보다 훨씬 참신한 정치인이었음에도 당신을 둘러싼 ‘원죄’로 인해 세상이 몰라주고 젊음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목적도 더러운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주저앉는 것이 나았을진대, 그래도 당신을 꼿꼿하게 전진하게 만들었던 당신의 ‘숨은 꿈’... 저는 조금이나마 당신의 숨은 꿈을 훔쳐 보았었기에 오늘의 당신 모습이 더더욱 깊은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당신이 찬란하게 부활한 날입니다.
애들은 비웃었지만,
당신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꿈꿔왔던 ‘법치주의 완성’을 위해,
성공한 자보다도 실패한 당신이,
역사의 죄인이었던 당신이,
이제 홀로 이 나라의 역사를 책임지려 하고 계십니다.
성공한 자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와 국민을 안락하게 하고,
실패한 자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온 몸을 던질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이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성공한 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려 저러는지 알 수 없으나,
‘역사의 제단’을 스스로 오르는 실패자의 의연한 모습이 우리를 울게 합니다.
가십시오, 당당하게 가십시오
학처럼 살기 원했던 당신이 시궁창에 내려 앉은 것을 후회하지 마십시오
대쪽이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허위와 기만 속에서 당신의 진가를 몰라줬던 세상을 탓하지 마십시오
운이 따르지 않았음을 안타까워 마십시오
모든 것들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새 역사의 언덕에 깃발을 꽂으소서
새 역사의 뒷일은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기소서
“ 살아 남은 자의 슬픔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꿈 속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브레히트)
2003.12.15
사이버 부대변인 '희망도리'
6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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