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합헌적 국민투표 강구할 때다
[김재홍 칼럼] 정치·언론 개혁을 대통령 하야와 연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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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각 정파는 원칙과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이다. 신임의 방법으로 처음부터 국민투표밖에 없다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이제 탄핵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 그렇게 만만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헌법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을 포함한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용훼하기 어렵게 보호하고 있다.
대통령이 온갖 정략적 공격에 못이겨 물러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안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그런 최악의 사태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 헌법이 과연 얼마나 잘 작동할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자금 비리로는 대통령 탄핵 못해
대통령 탄핵에 관한 헌법 조항을 보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고 규정했다. 최 대표가 14일 국회 연설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노 대통령이 설사 모종의 선거자금 비리와 연루됐다 해도 그것이 취임하기 전의 일이라면 그것은 탄핵사유가 아니다.
선거자금 비리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또한 재직중 정치자금법 위반 같은 것으로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헌법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제83조)고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방법을 찾는다면 국민투표 밖에 없다. 사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방법도 헌법이나 국민투표법으로 보면 무리다.
실정법 상 무리지만 여야 정당간 합의가 뒷받침된다면 시행할 수는 있다. 나중에 위헌심판 제소가 나올 경우 재판관도 그것을 근거로 삼을 것이다. "실정법 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여야 정당들 사이에 고도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으므로 기왕 실시된 국민투표의 효력을 뒤집기 어렵다"고 판시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도 재신임을 발표한 1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방법이 있지만 법적 논란이 일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이었다. 법리 문제 때문에 신임의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공론에 맡기겠다고 했다.
국민투표 요구했다가 주춤하는 야당과 보수신문
그런데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치자 마자 한나라당은 즉각 노 대통령이 스스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이행해야 한다면서 방법은 국민투표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거기다 보수 신문들도 거의 모두 국민투표를 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니까 여야 정치권과 언론들 사이에 국민투표가 공론으로 성립한 셈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11일 2차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투표를 수용하겠다고 언명했다. 법을 고쳐서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제는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들이 국민투표를 못하게 하는 쪽으로 나서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불신임보다 앞서니까 '그게 아니다' 싶은 모양이다. 원칙과 일관성은 내 던지고 '제 논에 물대기'식 이기주의 밖에 없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국민투표 결과 어느 정도 찬성표를 얻어야 통과된 것으로 결정하느냐는 의결정족수에 대해 개헌안 보다도 더 어렵게 얘기하고 있다. 선거권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불순한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개헌안 국민투표는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헌법에 명기돼 있다. 그러나 개헌안이 아닌 국민투표에 대해 헌법은 의결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았다. 국민투표법도 마찬가지로 결정방법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의결정족수를 따로이 두지 않는한 모든 민주주의적 결정방식은 단순 다수결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지지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상식이다.
신임 국민투표를 개헌안보다 더 어렵게?
노 대통령의 신임과 불신임에 대한 국민투표를 치를 경우 투표자들은 찬성과 반대 중에서 하나를 골라 기표하게 된다. 그것을 개표해서 한 표라도 더 많은 쪽으로 결정하면 된다. 이를 반대하고 다른 조건을 붙인다면 그것은 국민투표를 제지하기 위한 정략이라고 볼 밖에 없다.
또 하나의 쟁점은 정책과의 연계 문제다. 헌법 규정에 대한 확대해석을 받아들인다 해도 국민투표안은 정책사안이어야 한다. 국민투표법도 있지만 역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대해서 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국가안위에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를 포함하도록 국민투표법을 개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상위법인 헌법 규정을 넘어설 수 없다. 궁극적으로 헌법을 고쳐야 가능한 것이다.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는 15일 국회 연설에서 국민투표가 위헌이며 정략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정당간 합의에 의한 국민투표는 물건너 간 느낌이다. 헌법에 맞게 한다면,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국회나 여야 합의가 필요없다. 이제 합헌적 국민투표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은 노 대통령의 정체성과 직결된 개혁정책을 신임여부와 연계하는 방법이다. 노 대통령이 정책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여야에 국민투표를 수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제 민주당이 거부한 마당에 그 발언에 스스로 구속받을 이유도 없다.
지역주의 혁파와 검은 돈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개혁안과 여론왜곡의 메커니즘을 깨기 위한 언론개혁안을 국민투표안에 담고 '대통령의 하야여부'를 물어야 한다.
2003/10/15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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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짐없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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