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권 출범 10개월 동안 “재신임” 등을 비롯해 적지않은 불안감을 보이던 노무현 정권은 “1/10”발언을 하더니, 이제 노 대통령의 입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대통령 오래가면 좋지않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다른 상황에 몰린 상태다. 물론 이 발언은 재신임을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이 흔들리고 있음을 공표한 점 그리고 “설사 결과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재신임 실패하더라도) 일하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노 대통의 말을 생각해보면 처연함 까지 느껴진다.
2002년 월드컵-촛불시위로 한층 강화된 민주화-진보-개혁세력의 역량을 모아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1주년도 안된 이 시점에서 이런 상황에 몰린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이 위기를 조장했나? 이에 대한 답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권 위기 탈출의 단초를 생각할 수 있다.
1. 노무현 정권 위기의 근본적인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 자신에 있다.
-> 대통령 당선 후 지난 1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무지함과 무능함의 극치였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권이 가지는 민족-역사적 의의, 대통령직의 중요성, 한국 민주화-진보-개혁세력의 장래에 대한 올바른 거시적 전략-전술을 마련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2004년 총선 승리”, “영남교두보 마련”에 집착하며, 대국을 그르치는 큰 실책을 범하고 만다.
설령 온갖 무리 수와 “정치공학”을 동원해 2004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한다고 하여, 노무현 정권이 반석 위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나? 차라리 헛된 정치공학을 버리고 월드컵-촛불시위-대선을 거쳐 형성된 민주화세력의 역량을 믿고 잘 활용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위기는 오지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동은 어이없게도 민주화세력의 역량을 파괴하는 모습 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스스로 무덤을 판 형국”이다.
또한 중-미-러-일 등에 둘러 쌓인 한국은 단시간 내에 스스로를 지켜낼 역량을 마련하지 못하면, 100여년 전에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할 위험에 놓인 상태인 것을 노 대통령은 인식 하는가? 이 위기 탈출 방법의 핵심은 남북협력 이고, 이런 이유로 남북경협, 철로연결등과 같은 남북교류는 민족-역사의 거시적 관점에서 판단될 사안 인데, 노무현 정권은 “대북송금 특검” 이라는 실책은 물론, 현 정부와 산하단체에서 횡행하는 남북교류 부정-지연 움직임을 수수방관하며 역사에 누가될 행위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2. 노무현 대통령 주변의 개혁사기꾼
->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에는 “정치개혁”, “영남권진출” 이라는 감언이설을 설파하며 노 대통령을 벼랑으로 모는 무리들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불신임-탄핵” 이나 “하야” 같은 상황이 오지 않는다 하여도 고작 5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2004년 총선은 대통령이 직접 신임 받는 것이 아니며, 여당이 개헌저지선인 국회의석의 최소 1/3만 확보해도 막강한 현 대통령의 권한이 있기에 국정 파탄의 지경까지 갈 가능성은 적은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주위의 젊은 측근들에겐 앞으로 20-30년이라는 적지않은 기간이 남아있고, 이들에게는 노 대통령 임기 5년간 최대한 자신들의 지역적-정치적 기반을 넓히는 것이 노무현 정권의 성공보다 더 중요할 수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기반의 붕괴를 초래한 유시민-이강철-김두관 등과 일부 청와대 비서관의 행태를 살펴보면 이들의 행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3. 청와대에 부화뇌동하는 논객들
-> 현재 노무현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논객들의 상당 수는 노무현 정권 초기 노 정권의 성공과 발전을 지지하는 “친 노무현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논객들이 노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대북송금특검, 이라크파병, 숭미에 가까운 친미발언, NEIS, 부안문제, 노동자 강경대응 등…” 노무현 정권의 실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논객이 “치어리더-응원단”이 아닌 이상 아무리 노 정권에 호감을 가지더라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비판을 해야 옳은 것이다.
그런데 맹목적인 노무현 지지자들은 노 정권의 문제 점이 나올 때 마다 “출범한지 얼마 안됐는데 더 지켜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생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책임도 크다” 등의 물타기를 하며, 조건 반사적인 노무현 옹호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일부는 청와대 인사와 교류를 가지며, 청와대의 인터넷 여론조작에 일조하는 모습까지 나타내는데, 이는 인터넷 문화 전체에 위해를 가하는 심각한 타락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응원단” 논객들의 의견이 마치 여론의 주류인 것처럼 자위하며, 노 정권의 문제점에 제시되는 비판들을 애써 외면하였고, 이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은 현재 당면한 노무현 정권의 위기를 가속 시켰다. 최근 일부 “응원단” 논객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라고 주장하는 건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수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뜬금없는 자기합리화에 열중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안 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의 위기는, “수구언론-한나라당” 이상으로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주위의 개혁 사기꾼들, 그리고 “응원단” 논객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행보를 지속한다면, 노 정권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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