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대학의 개방성과 학문적 다양성, 연구 성과 등을 근거로 평가해 발표한 ‘세계 100대 글로벌 대학 순위’에 한국의 대학이 한 곳도 뽑히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학들보다 뒤처져 있어 이 나라 교육정책의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국제 경쟁력 수준이 이렇게 초라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학들과 견주어 교원 대 학생 비율이 높고 국내 대학들의 연구비 총액이 유수한 대학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데다 연구 중심 대학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곳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교육시장 개방을 미리 대비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정부당국의 몸 사리기 정책에 있다. 교육주권 침해는 물론 교육의 상업화로 엄청난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일부 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에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나아가 사학의 투명성에만 매달려 경쟁력을 무시한 사학법 개정안과 평준화정책이 빚어낸 기초학력의 저하도 큰 문제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4년 동안 펑펑 놀거나 고시 준비에만 빠져 있다. 짜깁기 논문이나 대필 논문 등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일부 교수들의 비양심적인 작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글로벌 100위내 대학들은 상호학점 인정, 교환학생 운영, 공동 심포지엄 개최, 외국회사 인턴제도 등 활발한 교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학은 문학, 역사, 철학 이외에 과학기술에 관한 기초지식을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반드시 받게 하도록 했다.
미국의 국제 경쟁력이 세계 1등인 이유는 미국의 대학 경쟁력이 1등이기 때문이라 한다. 대학은 한 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우리 대학교육 방식과 정책의 뿌리부터 바뀌지 않으면 글로벌 대학 육성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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