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진경 교육비서관이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우리 사회의 최고 식자층이 학생들을 획일적 점수로 줄 세우고 싶어하는 것은 서구지식 수입형 교육체제에서 얻은 旣得權기득권을 학력 世襲세습을 통해 물려주고 싶은 것일까?”라고 썼다. 김 비서관은 전교조 初代초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이 나라 교육정책에 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 비서관의 말 속에는 현 정권이 그토록 대학입시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학력 위주의 경쟁시스템에 의한 학생 선발을 ‘기득권 세습’을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학력이라는 것도 ‘서구 지식을 수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현 정권은 결국 대학을 평준화해야 이런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 전 “(대학은) 1000분의 1 수재를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 1 수재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잘할 생각을 하라”고 했다. 인재를 여러 학교가 나눠 가져서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13일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기득권을 제도 위에 구축한 성공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벽을 쌓으려 한다”고 말한 것도 ‘기득권층의 입시 장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들린다.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弱者약자를 사회가 보호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회는 균등하게 제공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경쟁 자체를 없애버려서는 안 된다. 대학입시에서 등급제 같은 것을 도입하거나 학교 간 학력격차를 무시하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고집이다. 그렇게 해서 대학들을 다 비슷하게 만들고 학력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학벌차별이 없어지고 교육평등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눈을 비비고 다리를 꼬집어 가며 공부를 해야 할 動機동기와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밤새워 공부하고 실력을 닦아서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집념이 이 나라를 여기까지 끌고 온 성장의 動力동력이었다. 그 동력의 스위치를 꺼버리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逸脫일탈한 교육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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