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북한에서 가수나 영화배우는 어떻게 생활할까. 북한 연예인도 특권층의 결혼식이나 비밀파티에 초청돼 노래를 불러주고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1일 RFA에 따르면 최근 중국을 통해 연락이 닿은 북한 예술계 사정에 밝은 한 평양 주민은 “북한의 유명 가수나 영화배우도 특권층이 주최하는 각종 파티에 불려가 노래를 부르거나 사회를 보는 식으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우려해 북한 가수들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인터뷰에 응한 이 주민은 “장성택이 살아 있을 때 고급 식당에서 파티가 자주 벌어지곤 했는데, 은하수 관현악단의 한 가수는 한 번 초청되면 수백 달러를 받기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재청을 받으면 추가 요금(팁)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만담배우들은 특권층이 좋아하는 최고 손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만수대예술단 소속 유명 만담배우인 이모씨와 김모씨를 초청하려면 최소 미화 200달러는 주어야 한다”며 “이 배우들도 장성택이 숙청되기 전에 비밀파티에 종종 불려간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함께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고위층은 자녀 결혼식이나 환갑 때도 이름 있는 영화배우나 아나운서를 초청하는데, 화술이 좋기로 소문난 조선예술영화 촬영소 한 인민배우는 결혼 주례를 한 번 서 주고 최소 200달러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북한 고위층 사이에선 가문의 위세를 뽐내기 위해 2000년 초반부터 자녀 결혼이나 환갑, 칠순 잔치에 배우들을 초청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평양 주민은 “과거에는 노동당 간부가 결혼 주례를 서 주고, 해당 단위 예술선전대가 동원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식이었지만, 2000년부터는 개별적으로 연예인을 초청하는 바람이 불었다”며 “처음에 재포(재일본 북송교포) 속에서 연예인을 초청하는 바람이 불었지만,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 급속히 유입되면서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배우들이 받는 월급이라야 4000~8000원뿐인데, 이는 암시장 환율로 치면 1달러 불과하다”며 “배우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화가 평양을 중심으로 정착되면서 북한 예술계의 가수나 배우들의 출연요금도 이름 가치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3년 전에 미국에 온 또 다른 탈북자도 “2000년 당시 가수 이모씨를 초청하면 한 곡 당 2달러씩 주었는데 지금은 물가가 많이 뛰어 더 많이 줘야할 것”이라며 “장마당에서 여자 살양말 하나에 2달러씩이나 하는데 배우들이라고 월급에 매달려서 살 수 없지 않는가”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