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안영근의원 "국보법 폐지는 시기상조"
조선일보 정치부 메모
입력 : 2004.08.26 14:56 18' / 수정 : 2004.08.26 15: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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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당, 국보법 폐지놓고 의견 '분분'
■열린우리당 국보법 개정지지 의원 모임
▲이계안 의원
-어제인가 6·25참전용사, 고엽제 피해자 이런 분들이 사무실에 와서 ‘목숨걸고’ 국보법 폐지 반대하겠다고 하더라. 정말 의족달고 와서 그러시는데 아 이게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안영근 의원
▲안영근 의원
-원래 아침에 시간을 잡으면 예정됐던 사람들이 다 모이는 경우가 잘 없다. 그래서 쿠데타 모임도 밤에 잡는다고 하는데…. 오늘 모임은 사실 갑자기 어제 국방위에서 조성태-유재건 의원께서 서로 말씀을 나누시다가 이렇게 가다가는 국보법 폐지가 대세인 것처럼 비춰지겠다. 개정론자들의 의견도 자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겠다고 결정하면서 만들었다. 이미 폐지 추진하는 분들은 83명인가 서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폐지안에 서명한 분들 가운데서도 소신에 따라 한 분들도 있겠지만 의총장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권유를 하거나 하니까 거절하기 어려워서 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 또 당지도부가 입장이 없다보니 폐지가 대세인가 보다 해서 서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국가보안법은 분명 반인권적 요소가 있다. 이런 부분을 제기하되 여당으로서 폐지할 경우 지게될 부담이 너무 크다. 의총에서 개정안에 대한 조직적 발언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보니 정조위원장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 모임을 초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했다. 우선 국보법 폐지는 남북관계가 성숙해진 단계에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상조이며 여당으로서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반인권적 독소조항은 개정한다. 국가인권위의 폐지 권고는 인권적 차원의 판단이며 정치적 판단은 당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덕구 의원
-개정지지파의 세력을 넓히려면 개정의 폭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내용을 개정하면 되나
▲안영근 의원
-양승조 의원이 개정안을 내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7조에서 고무 찬양을 빼고 선동죄만 남기는 것이다. 이 경우 그냥 사석에서 아무 의도 없이 북한에도 이러저런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과거처럼 고무 찬양죄를 지울 수 없다. 대신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 체제를 홍보하고 옹호하는 행위는 지금처럼 처벌이 가능하다. 두번째 2조의 국가참칭 조항을 제거할 수 있다. 참칭 조항은 북한을 항구적 반국가단체로 만들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 된 부분이다.
▲이계안 의원
-적극적인 폐지론자인 송영길 의원의 경우는 법의 내용보다도 폐지냐 개정이냐 하는 상징성이 더 문제라고 주장한다. 개혁적 지지세력들로부터 우리가 너희들을 과반수나 만들어 줬는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하냐는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재건 의원
-북한은 적화통일 전략, 특히 남한내 동조세력과 규합해 일거에 적화한다는 통일전선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현실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법안 폐지에 앞장선다고 했을 때 이분들이 느낄 불안감도 생각해야 한다. 송영길 의원이 상징성을 말했다고 하던데 반대로 이런분들에게는 국보법이 일종의 체제수호라는 상징성, 나름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법이기도 하다.
▲정덕구 의원
-우리 지지층이 모두 그런 사람들만 있나.
▲유재건 의원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다 탈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좀 점잖은 사람들은 대체로 다 묵묵부답이고 조용하고 하니까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나라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안영근 의원
-우리의 골수 지지자들 가운데서 가령 당사에 찾아오고 당 게시판에 매일 글 올리는 분 상당수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은 맞다. 하지만 정당의 지지자라고 하는 것은 선거때 지나가다 표를 찍어준 사람도 지지자다. 우리 지지층 가운데서는 중도파도 적지 않다. 지난 총선때 우리가 과반수가 된 데는 한나라당도 싫고 탄핵정국이고 한 영향도 있었다. 지금 지역구에 가다 택시를 타보면 제발 좀 먹고 살게 해달라고 살려달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정치적 혼란을 부를 수 밖에 없는 논란거리를 던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과반수일 때 해야 한다,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우리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다음 세대가 하면 된다. 실제 그렇게 나가고 있지 않은가.
▲유재건 의원
-이미 김대중 정권 5년, 노무현 정권 2년을 거치면서 이 법은 유명무실화 됐다. 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없어져야 할 법이다. 하지만 순서와 단계가 있는 법이다. 아직 분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김성곤 의원
-실사구시 정신에 따라 처리하자. 대북관계와 안보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은 법에 대해 정서적으로 접근한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폐지를 통해 얻어지는 것보다는 공연한 오해로 정치적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내용은 확실하게 고치되 형식적으로 존치하는 식으로 양쪽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유재건 의원
-대통령이 어제 좌익 독립운동가도 재평가 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오해의 소지는 더 커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집권자를 포함해 집권층의 이념이 좀 아리까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시점에 집권당이 먼저 폐지를 들고 나오면 비난 여론은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지역구에서 60대가 넘는 내 또래 사람들하고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국보법 문제로 무척 당했다. 이 사람들 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하고 우리당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이 다 그런 걱정하더라. 이분들이 국보법 폐지 반대하는 것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성태 의원
-어제 예비역 장성 출신 20명이 천정배 대표를 방문해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보법 문제는 안보위기와 손바닥의 양면같은 관계다. 지금 시기적으로 우리가 북한의 대남 혁명전선·통일전선전술을 포기했다고 무시할 만한 상황일까. 이분들의 생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체 생존 능력을 상실해 가면서 적화통일 의욕은 더 높아지고, 남한내 혁명세력을 더 규합하며 핵무기 증산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분들의 생각이다.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부분은 고려해 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진전된 만큼 개정하고 단계적으로 폐지로 가야 한다.
-또 우리가 여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책임져야 하는데 생명과 재산을 지켰던 분들이 반대하는 일을 강행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안보상황이 나빠질 경우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증대할 것이고 그 경우 모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 그 부담이란 것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런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박상돈 의원
-열린우리당 지지기반이 개혁세력 + 라고 한다. 개혁세력이 20%면 어떤 경우든 여당 체질인 사람들이 30~40%라고 한다. 지금 상황 굴러가는 것을 보고 여당 체질인 사람이 반 여당 성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안정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도외시하고 개혁지지층에게만 부응한다면 또다른 지지계층을 잃게 되는 것이다. 폐지를 전제로 하되 개정부터 출발해야 한다
▲안병엽 의원
-기업하시는 분들의 경우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해외에서 경쟁회사가 수주받을 회사에다가 한국 노동쟁의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주면서 “이래서 한국은 불안하다”고 악용한다는 것이다. 안보상황도 마찬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여당이 와서 없애자고 하면 해외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덕구 의원
-기업인들이 국가 리스크를 고려할 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폴리티칼 리스크다. 만약 우리 안보 상황이 전혀 문제 없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면 국보법 폐지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국보법이 없어질 경우 일종의 안전장치가 제거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계안 의원
-송영길 의원 같은 경우는 반대로 말할 수 있다. 가령 국보법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안보에 자신이 있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덕구 의원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밖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재덕 의원
-해외에서 사는 중간계층의 경우는 국보법이 없어질 경우 자신들이 입게 될 피해가 직접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의용 의원
-UN도 국가보안법을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따라서 국보법을 그대로 두자는 주장도 설득력은 없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남북관계와 맞물리는 문제인 만큼 결부해서 풀어야 한다.
▲안병엽 의원
-지지층에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핵심 지지층이라는 분들도 직장갖고 애 낳고 하다보면 보수화 된다. 집권당으로서 불안감을 줘서는 안된다. 또 해외에서 보는 시각도 고려해야 한다.
▲안영근 의원
-국보법이 없어질 경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하겠다. 일단 주체사상을 공개적으로 홍보하거나 거리에 나서서 유인물을 뿌리거나 가령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김일성 주석 사망을 애도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 조직적인 집회를 가져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 물론 그런 일이 우리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아주 싫어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당연히 여당이 뭇매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또 우리사회에 아주 골수 주체사상파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안영근 의원
-사실 행정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당이 나서야 한다.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조만간 수면위로 올라오면 폭발력을 가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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