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노 대통령 필수품 태블릿 컴퓨터
[중앙일보 2004.10.08 06:38:28]
[중앙일보 김진 정치전문기자]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 갈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핵가방''이다. 여기에는 유사시 핵공격을 명령하는 암호장치가 들어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필수휴대품 1호가 태블릿(tablet) 컴퓨터다. 태블릿은 노트북보다 작으며 덮개가 없고 스크린에 직접 입력한다. 노 대통령은 최근에 자신의 ''정보화 신(新)병기''로 이를 구입했다. 아직 국산이 없어 외제를 샀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문 때 이를 처음 가지고 갔으며 이번 인도.베트남 방문에도 지참하고 있다. 태블릿 안에는 핵무기 코드 대신 해외순방을 위한 각종 자료가 들어있다. 인도.베트남 국가원수의 이력과 관심사, 한국기업의 두 나라 진출 현황,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주요 안건, 여러 행사를 위한 연설자료 등이다. 대통령 부속실에서 관련부처.비서실로부터 사전에 자료를 CD나 e-메일로 받아 태블릿에 입력해 놓았다. 노 대통령은 영빈관 숙소 거실에 이를 놓아두고 아침 저녁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태블릿은 매우 간편하고 효용이 뛰어나다. 이전 해외방문 때는 컴퓨터 대신 종이자료를 가져갔는데 007가방으로 하나 가득이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에 따르면 태블릿 활용은 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의 정보화 이력을 보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1988년 처음 국회에 들어온 노무현 의원은 국회에서 앞서가는 컴퓨터 매니어였다. 의원들에게서 "체신머리 없다"는 비아냥성(性) 농담을 들으면서도 그는 열심히 전자수첩을 사용했다. 다른 방에서 전동식 워드프로세서를 쓸 때 그는 보좌진에게 애플 컴퓨터를 사줬다.
그는 92년 낙선 이후 만든 지방자치 실무연구소에 랜(LAN:근거리 통신망)을 깔기도 했다. 그는 이광재.안희정씨 등 보좌진에게 "내가 아무나 언제든 해고해도 문제가 없도록 정보공유 시스템을 갖춰놓아라"고 지시했다. 작업속도가 느리자 "너희들은 개혁의 적"이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은 "노 대통령은 94년께는 자신이 직접 설계도를 그려 인명.일정관리 프로그램인 ''노하우(Knowhow)''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보화의 마인드와 숙련도로 보자면 대한민국은 세계 일류급의 대통령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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