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7월
탈출기 // 참 좋겠다
약수터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서 두 가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그 모습조차 못 보았으니 무슨 새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목소리들에 기운이 넘쳐흘렀다. 젊고 건강한 증거이겠지.
아래쪽 약수터는 물이 고갈됐다. 그래서 위쪽 약수터(옹달샘)로 갔다. 바위에는 연두색 이끼와 진한 초록색 이끼가 잔뜩 위세 당당하게 자라고 있었다. 역시 젊고 건강하다는 것을 은근히 뽐내는 모습들이었다.
나는 가지고 간 다섯 개의 패트 병에 물을 받으며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참 좋겠다. 제 철 만나서 아름다운 소리도 뽐내고, 초록색 옷으로 단장도 하고.”
누가 들었다면 나를 미친놈으로 보았을 터.
집으로 돌아오는 고갯길에서 30대쯤 되어 보이는 어머니가 아이를 업고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유심히 보려고 애쓰지 않았는데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꼬마의 모자와 잠바였다. 그 디자인과 색상이 굉장히 세련되어 보였다. 자녀 옷을 잘 골라 입히는 어머니는 대개 세련된 교양미를 갖춘 어머니들임을 교단에 있을 때 자주 체험했던 터라,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그 어머니 옆 가까이 가서 어머니와 꼬마를 곁눈질로 보았다. 어머니는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교양미를 풍기는 표정이었고, 아들은 아주 야무진 인상을 듬뿍 풍기는 똘똘한 녀석이었다.
“이름이 뭔고?”
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었다. 엄마가 대답하라고 일러 주는데도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에게 물어서 나이를 확인하니, 네 살.
집 현관에 들어서면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꼬마야말로 주체정신이 확고한 주인공이로군. 비렁뱅이 공화국 대장인 김정일이보다 백 배 이상 주체사상이 투철한 그 아들을 둔 그 엄마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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