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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치기 분신사마(焚身死魔)에 놀아나는 세상

용산 참사의 교훈... 신나통 들고 촛불시위는 하지 말아야....

최용일, [email protected]
등록일: 2009-01-21 오후 1:10:53

지난 19일 용산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5명과 경찰 1명 등 총 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며 민심도 흉흉하다. 철저히 가진 자만을 생각하는 이 정권이 어느 것 한 가지도, 심지어는 세상으로부터 도망가는 비법조차 갖지 못한 무고한 시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이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인물의 과잉충성이 이른바 ‘법과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먹고 살자고 하는 시위에 경찰이 과잉진압을 하여 참사를 빚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철거반대 점거투쟁을 경찰이 과잉진압을 하다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관계에 대해 우선은 정권이나 경찰이 할 말은 없어 보인다. 가진 자만의 정권과 거기 무한충성으로 코드를 맞춰 온 ‘테러경찰’의 폭압 때문에 무산자가 대거 사망했다는 식의 계급투쟁적 화법으로 이번 사태를 단죄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2%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가진 자만을 위한 정책도 문제고 과잉진압도 문제겠지만 가사 죽은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시위대의 배후에 전철연이 개입된 것에 대해서는 왜 문제삼지 않는가? 왜 이번 일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전철연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민중해방’이라는 구호가 선명하다. 전철연이 대체 무엇 이길래, 아직도 민중과 민주주의를 팔아 불법과 폭력을 자행하는 구태는 탈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찰이 가장 비난받는 것은 경찰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참사가 빚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추측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추론해보아야 할 것인데,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밤새 경찰 진입을 막으며 극렬시위를 벌이는데 과연 공권력이 수수방관하고만 있었어야 하는가, 과연 옥탑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중이던 자들이 죄 없이 철거당하는 피해 당사자였는가, 과연 경찰이 불을 지른 것인가 국민들은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알고 따질 것이 있으면 따지고 경찰이 잘못했으면 경찰을, 정부가 잘못했으면 정부를 단죄해야 한다.

새총과 화염병, 염산, 벽돌 등으로 무장한 채 철거 대상 건물의 옥탑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 중인 상태에서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 그 와중에 화재가 발생되었고 화염병 제작용으로 보관하던 70여 통의 신나에 불이 옮겨 붙으며 대형 참사가 벌어졌고 현재까지 사망자는 시위대와 경찰을 포함 6명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간 것도 아니고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으니 화재 원인은 어디까지나 화염병에 의한 것이었다. 시위 주최측인 전철연 조차도 인정하듯이 경찰이 잘못한 것이라면 시위대가 던지려던 화염병을 물대포로 쏘아 떨어뜨린 것이라고 한다.

철거민의 주장과 요구가 정당한지 여부는 일단 차치하자. 그렇다고 치고 새총과 화염병, 염산, 벽돌 등으로 무장한 채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시위를 하는 준테러 방식의 떼법시위가 온당했는가? 그걸 경찰이 방치하는 것은 온당했겠는가? 방치했다면 그런 공권력을 비난하는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시위자들이 경찰과 밤샘 대치를 하면서 화염병을 던지는 것까지는, 신나통을 들고 분신하겠다는 것까지는 7~80년대 대학이나 노동현장의 시위를 보아온 세대라면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시위대 뒤에 전철연이라는 훈련된 철거민 출신 테러단이 있었고, 그들이 주도하는 투쟁방식이 신나통으로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화염병을 던지자는 것이었다는 것까지 이해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몰상식하고 안전의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지 않는 투쟁방식을 도대체 누가 이해할 것인가? 공권력을 믿건 안 믿건 그건 그들만의 자유의지겠지만 신나통을 방패삼아 화염병을 던지면서 어찌 살고자 했겠는가? 아무리 신사도로 무장한 영국 경찰이라도 신나통 위에서 불장난하다 타버린다면 막을 수 있겠는가? 물대포가 문제라는데 그럼 신나통 뒤에서 화염병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관이 투입되고 화재진압용 화학약품을 뿌렸어야 하는가? 자해 공갈단이라 하기엔 어리석고 흔히 보아왔던 ‘분신사마(焚身死魔)’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행보였다.

그럼에도 사건 직후 야당의 대정부 성명에 이어 일부 언론이 이를 미친 공권력으로 매도하고 그로부터 촛불집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의 매끄러운(?) 흐름은 불을 끄려는 것이 아니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니, 그게 오히려 계급투쟁적 해법이 아니겠는가 되묻고 싶다. 민심이 흉흉하지만, 정작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 그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철거민들이 하루아침에 테러범을 방불케 하는 투사로 돌변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답은 바로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의 개입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화재 현장에서 연행된 전철연 소속 인사가 20여명에 이르는 것 같다.

재개발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시위를 대행해주는 전철연의 존재에 대해서 2005년 5월 한겨레21의 특집기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건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 건설자본들이 돈을 미끼로 협상을 제안해 오고, 그 과정에서 전철연 중앙에서 나온 2-3명의 핵심간부가 건설 회사나 재건축 조합과 밀실협상을 한다는 내용에서 추론해 볼 수 있듯이 전철연은 궁지에 몰린 철거민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 폭력투쟁을 벌이게 하고 그 대가로 자신들의 잇속을 채운다는 얘긴데, 용산에서도 그런 검은 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철연을 운동권에서는 중요한 전위대로서 활용하면서 반정부 투쟁을 이끌어가는 매개체로 사용했음을 암시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2008년 12월 22일자 한국인권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20일 고려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열린 「'08 전철연 단결의 밤 및 승리보고회」에서 통일문제연구소의 백기완 소장은 철거민단체의 단결과 투쟁을 강력히 주문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전철연이 주최하고 비정규직없는세상· 민주노총· 서울경인이주노조· 전국빈민연합· 빈곤사회연대· 기륭전자분회· 차별철폐연대가 후원한 행사였는데, 이날 백기완의 발언은 지난 2006년 전철연에서 노철연(노동해방철거민연대)이 분리된 것에 대한 질책과 함께 전철연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철연 남경남 의장 역시 인사말에서 "이명박과 부시나 오바마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으며 오직 투쟁하는 민중만이 대안"이라면서, 철거민만 생각하는 철거민 투쟁이 아니라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과 연대해 전세계 민중이 하나 되는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진보적인 철거민운동단체로는 전철연 외에도 노철연과 빈철연(전국빈민연대 산하 빈민해방철거민연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정황을 아는 일부에서는 지금 시대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시대가 아니며, 황소 같은 추진력이 반드시 미덕인 시대도 아니라고 이번 사태를 에둘러 말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용산 사태를 천천히 가야 하는데 속도전으로 빨리 가려다 발생한 대참사로 비난한다. 지금은 1970년대, 1980년대가 아니며, 적어도 뉴타운 보다는 철거민의 생존권이 더 존중되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만치 상대와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고 협의하고 다독이면서 천천히 가야만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박정희가 다시 환생을 하더라도, 그 어떤 추진력의 화신이 강림하더라도 여의 지도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시대라며 짝퉁 박정희로 이명박을 폄하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껏 에둘러 말한 끝에는 빨갱이니 전철연이니 하는 말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에둘러 말한 것들이 다 맞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철거민이 왜 테러범에 버금가는 투사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진압하는 공권력이 왜 저승사자로 비난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촛불집회와 대정부 투쟁의 단초가 되는 현대사적인 질곡의 수레바퀴가 반복되어야 하는지 짜증 제대로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이 먼저 확인되고 그 다음에 책임문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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