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18일 나는 여수 시내의 한 교회의 집회에 강사로 초빙되어 갔다가 밤중에 여관에서 연행되어 승용차에 실린 채 남산에 자리 잡은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한달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매일 같이 정보원에 의해 조사를 받으며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26년 전의 5.18이 나에게 있어 악몽으로 남아 있는 것 뿐 아니라 5.18이라는 이 숫자는 그 뒤에도 줄곧 불길한 것만을 연상하게 한다. 5.18은 역사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뒤에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에 의하여 민주혁명의 날로 제정되었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 “혁명”의 가담하여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만 아니라 그 당시 신군부에 의해 연행되어 시련을 겪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보상금신청 그리고 심사 과정을 겪기는 하였겠지만 민주화 투사들이 국가로부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상금을 받는다는 자체가 매우 이치에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 운동도 애국운동임이 확실한데 나라를 사랑한 대가로 돈을 받는 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 아닌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그 사고로 깔려죽은 사람들에게는 집주인이나 감독소홀에 책임을 져야하는 시당국이 보상금을 마땅히 주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에게 또는 윤봉길 의사에게 보상금을 얼마쯤 드리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권력을 장악한 지도층인사들이 썩어서 나라가 썩는 것이다. 민주화의거를, 그 희생을, 돈으로 환산하여 지급한다는 것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모욕밖에 되지 않는다. 5.18이 괴롭게만 느껴진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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