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cable TV(discovery channel)에서 싱가포르의 눈부신 발전을 특집으로
내보내고 이 프로에 이콴요가 직접 나와 건국초기부터 오늘까지의 전 과정을 일일이
직접 설명하는 프로가 나오더니 어제 오늘은 신문에서 싱가포르와 이콴유의 지도력을
주제삼아 칼럼리스트들과 논설위원들이 제 각기 한 마디씩 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짐작컨데 이 사람들도 그 프로를 본 모양이다.
 
오늘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의 "´한국의 이콴유´를 찾아서" 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다보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배명복 논설위원은 이콴유의 비전과 정치력에 탄복하면서 우리도 이런 유능한 리더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라며 "우리는 왜 이런 지도자가 없는가' 한탄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논평이다.
 
이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정치인임을 왜 모르는 것일까?
우리의 그 잘난 지식인들의 잣대로는 설 자리가 없는 위인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이콴요는 59년에 집권해서 90년에 물러난 31년 장기독재자이며 아직도 실질적으론
싱가포르를 통치하고 있는 上王인데 장기독재자의 출현을 기다린다는 말이 어떻게
우리 먹물들 입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독립은 65년에 했음)
18년 통치했던 박정희는 경제는 좀 살렸지만 長期독재자라며?

그것도 국민들 손으로 직접 뽑아놓고는 군사독재자라?
 
싱가포르는 행정만 있지 정치는 이콴요의 손안에만 있는 일인천하의 독재국가다.
 
59년 싱가포르의 주민소득은 400딸라정도였는데 당시를 회고하며 이콴유는 너무
가난해서 막막하기만 했다고 술회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나는 당시의 한국실정을
이콴유가 보았다면 대통령자리에 앉혀줘도 도망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총리취임때 400딸라였던 싱가포르가 90년 퇴임때 10,000딸라를 넘었는데
61년 박정희가 집권했을 때의 우리 소득은 겨우 80딸라정도였던 걸 참고하면
싱가포르보다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훨씬 빨랐다는 설명이 된다.
 
김영삼정권때의 외환위기와 김대중정권때의 카드남발과 노벨상따먹기 작전으로 시작된
對北정책으로 경제는 죽을 쑤었음에도 이 정도인데 만일 박정희가 이콴유처럼 31년 
장기집권에 아직도 상왕노릇하고 있다면 지금의 우리경제는 싱가포르를 능가하여
경제력, 군사력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 되어있을 것이며 통일은 벌써 이루어졌으리라는
걸 나는 확신한다.
 
70년도 전후 싱가포르가 영국군의 철수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타격을 입게되자
각료회의에서 이콴유수상은 책상을 치며 "한국을 보라!"고 장관들을 질타했다는 당시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콴유의 벤치마킹 대상은 오로지 박정희 뿐이었다.
 
이콴유는 아시아의 인물로 박정희를 서슴없이 꼽았는데 두 사람의 인생역정이나
지도자로서의 능력, 자질面에서도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뛰어난 두뇌와 책임감, 부지런함, 검소한 생활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서 매우 탁월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위인들이었지만 당시의 冷戰속의 국제질서와
무질서했던 국내실정을 고려할 때 이콴유보다는 박정희가 월등했다고 판정하는데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콴유수상의 아버지는 아들이 종신독재자로 있을
당시에도 시계수리공으로 일했고 박정희대통령의 누님은 동생이 철권통치자로 불리던
시절에 우유배달을 했었다,)
 
60년대말 그 가난속에서 포항제철을 구상했던 박정희는 훗날 풍부한 철강석과 유연탄을
가진 중국이 철강생산에 착수했다 크게 실패하고서부터 등소평의 마음속에 한없는
존경을 받는 스승으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400딸라의 소득과 영국식민지를
통해 체득한 선진정치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의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냉전에서 비켜서 있었던 탓에 국방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호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싱가포르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이 예산상의 이유로 철군하면서 대신 싱가포르에
경제원조를 해 주겠다고 하자 ´그런 유약한 지원은 필요없다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사정했었는데 이런 점에서 닉슨과 카터가 주한미군철수계획을 발표했을 때의 朴대통령이
안보의 책임자로서 결국 유신헌법을 채택했던 것은  국가를 보위하는 책임자로서
박대통령이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의 그 잘난
먹물들은 당시의 위기를 다 간과해버리고 아직도 유신헌법을 惡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이
게거품물고 떠들고 있지만.
 
그러면서 이 나라에 이콴유같은 지도자의 출현을 기다린다고?
아무런 생각없이 글쓰는 이런 사람들이 메이저신문의 논설위원이라니.....
 
이제 경제수준으로는 선진국에 들어선 싱가포르가 교육산업과 의료산업, 금융으로
선진국중의 선진국이 되어보겠다는 야심찬 복안으로 ´제1세계의 상층부´(upper half of
the First World)진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계속 독려하고 있다. 부러운 일이다.
 
이콴요는 미국식 인권주의는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면서 인권을 제한하는 것은
싱가포르에서는 불가피하다는 강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 점도
박정희의 ´한국식 민주주의´와 그 인식에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87년 6.29선언이후의 한국판 ´문화대혁명´으로 근대화의 영웅 박정희를 부관참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통채로 뒤집고 부정하는 파괴의 20년을 보내면서 단군이래 처음으로
우리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한물 간 마르크스이론의 한 자락을 붙들고 누가 더 진보인가를 놓고
순혈컨테스트를 벌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못해 이제 절망의 바다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이런 황당한 ´NL´이 어떻고  ´PD´가 어떠니 하며 ´진보논쟁´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주는
우리 언론사의 먹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400년전 만주에 새로운 나라가 등장해 조선을 침략하겠다고 공언하던 그 시간에도
理가 먼저다 氣가 먼저다로 싸우며 세월보냈던 당대의 조선지식인의 한심한 작태를  
오늘에 다시 보고 있다.
 
저 서대문의 독립문엔 매국노 이완용의 친필 ´독립문´이 아직도 버젓이 새겨져있고
저 잠실 롯데백화점근처에는 ´淸태종공덕비´(일명 삼전도비)가 역시 문화재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서 있는데 朴대통령의 친필현판은 아무 이유도 없이 끌어내려져 패대기
쳐지고 있다.
제 나라의 영웅을 독재자라 매도하면서 먼 남의 나라 50년 독재자를 이 나라에도
보내주십사 기도하는 어리석은 이 땅의 먹물이 쓴 칼럼을 오늘 아침에 또 읽게 되니
억장이 무너진다.
 
正朝때 일본에 간 조선통신사가 일본인들이 사당에 모신 이순신을 보고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던 서글픈 일화가 생각난다.
(0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