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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투사가 본 주한미군
前카투사로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치·외교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상황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근래의 반미 정서에 대해, 반전 여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방송에서의 내용은 워낙 수준이하 발언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게다가 게시판엔 반미정서에 기대 잘못된 의견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조건적 동조가 심심치 않게 보여 매우 안타깝고, 더군다나 공중파에서 이런 식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여과 없이 허락했다는 것도 책임을 추궁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경험을 가감 없이 적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까지 2사단 소속 동두천 한 보병부대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저 역시 예전부터 있던 각종 루머(욕밖에 안 배운다, 차별과 폭력에 시달린다, 변태들이 우글거린다 등등)에 괜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적어도 제가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대략) 200여명 정도 중에서 소위 '똘아이'(asshole)는 5∼6명도 안되었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의 경우에 적어도 폭력이나 노골적 인종차별(완전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카투사들도 백, 먹이라고 하는 등 심하지는 않지만 자기들끼리 인종차별적인 말을 습관적으로 합니다.)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수시로 치러지는 행군과 필드 트레이닝 등이 일년에 근 100여일의 훈련이 치러집니다. 독수리훈련이나 을지훈련같이 한국군과 합동으로 하는 훈련도 있었습니다. 훈련이 없을 경우에는 보통 2-3인용 방에서 생활을 하고 근무시간 이외에는 흔히 카투사들끼리 몰려다니기 때문에 동료 5-10명 정도 외에는 특별히 가까이 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 2-3주짜리 야외 훈련을 나가서 텐트 생활을 하다보면 한국군과 마찬가지로 소위 노가리도 까며 자기 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근 150여일 훈련에 나갔었기 때문에 많은 미군 애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이하게 룸메이트를 흑인·백인(앵글로 색슨,아일랜드계),히스패닉, 카투사까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룸메이트와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애들도 가끔 있어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휴일에도 부대 안에 짱 박혀 사는 애들도 있습니다. 그건 옳다·그르다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병의 경우 11개월(1달은 휴가)밖에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는데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죠.
이제 제가 만났던 사람들의 과거를 얘기해보겠습니다. 사람이야 가끔 과장도 하니까 100% 사실은 아니겠지만, 제게 죄진 것도 없는데 굳이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계산하는 애들보다는 오히려 솔직한 경우가 많구요. 그런데 교수의 발언은 마치 미군이 쓰레기 집합소처럼 들리더군요.
"한국군의 장교와 상사의 똥배와 꼼수를 보면서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더군요"
장교에 대해서는 일언의 가치도 없는 말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엘리트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근면함, 자기관리, 직업의식 등은 같이 근무하는 한국군의 장교와 상사의 똥배와 꼼수를 보면서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더군요. 체력은 거의 대부분이 운동 선수급입니다.
다음으로 일반 사병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마약 먹고 마리화나 피는 것은 과거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군복무 기간 중에는 없습니다. 혹시 모릅니다.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절대 다수는 이상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3개월마다 엄격한 과체중 검사와 피검사, 소변검사, 건강검진, PT테스트(체력검사) 등을 실시합니다. 자기관리에 지나치게 소홀해져 테스트에 떨어지거나 걸리면 망신이자 진급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선천적으로 뚱뚱한 경우도 가끔 있지만, 적어도 제가 있던 부대에서는 비만은 3% 미만이었습니다.
"군인은 갱스터가 아닙니다"
<욕설 및 모욕 행위>물론 슬랭? 남발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군인들 사이의 은어가 더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서 식당을 Chow hall, Mess Hall 하는 식. 우리도 식사를 짬밥, 된장국을 똥국이라고 하죠.) 최근에는 공식적인 곳에서는 흔히 하는 욕설도 못합니다. 특히 여군이 있는 경우는 (저는 여군이 없었지만 가끔 상급부대에 가거나 동기들에게 들어 알 수 있습니다) 욕설이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단어를 써서는 반드시 주의를 받거나 심하면 Statement(진술서)도 씁니다. 이것은 한국군이나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군도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죠. 여자가 있으면 몰라도.)
(참고)f*** 이라는 단어의 사용: 대표적인 비어죠.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를 타인을 가르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화가 나서 혼자 짓거리거나 우리가 '졸라'라고 흔히 말하듯이 강조·과장을 할 때 사용합니다. 함부로 (특히 공식자리에서) 타인에게 사용하면 상급자라고 해도 바로 '스테이트먼트' 써야합니다. 단, 간혹 흑인들끼리 (걔들은 계급을 떠나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블랙커뮤니티라고 해서 브라더/시스터라고 합니다) 장난삼아서 쓰기도 합니다만, 심각한 상황에서는 거의 안 씁니다. 대표적 헐리웃 영화의 과장이죠. 군인은 갱스터가 아닙니다.
"한국군처럼 단순히 계급이라는 무기로 기분대로 때리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폭력·인종차별적 발언 등의 문제>부대 내 폭력은 작은 마찰은 있었으나 대부분 바로 Chain of command(명령체계)로 해결됩니다. 저도 사실 미군이랑 두어 차례 싸워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논쟁이나 말싸움의 수준이지, 신체적인 폭력을 사용했을 경우는 본적이 없습니다. 사람 사는데 싸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군처럼 단순히 '짬밥'과 계급이라는 무기로 기분대로 때리는(지금은 안 그러길 바라지만 제가 훈련소 있을 경우에만 해도 폭력은 일과였습니다) 경우는 단연코 절대 없습니다.
선천적으로 착하거나 '바른 생활맨' 이라서가 아니라 자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좋은 제도는 한국군에도 있습니다. 다만 관습화되어 실천을 안한다 뿐이지.) 인종차별적 발언은 아주 민감합니다.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흑인애들 스스로도 적어도 군대만큼은 (사회에 비해) 인종차별이 가장 적은 곳이라고 합니다. 물론 살짝 돌려 말하는 싸가지는 흑인이나 백인이나 카투사나 다 있습니다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미군들과 생활하면서 제일 놀란 점은 그네들의 짠돌이기질과 책임감"
1만 명이 넘는 모든 주한 미군이 착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인데 화나거나 잊고 싶은 과거도 있을 수 있죠. 하나마나한 이야기이겠죠. 그런데 우리는 TV에 나온 교수처럼 증거도 없이 싸잡아 인종차별적이고 문화를 무시하며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 반미감정을 타고 "그래 뭐 그렇겠지" "그 놈들이 원래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등등의 명백한 오판과 편견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공중파에서 교수가 얘기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설마"하면서도 "사실일까? 교수니까 TV에서 말하는데"하고 믿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미군들과 생활하면서 제일 놀란 점은 그네들의 짠돌이기질과 책임감이었습니다. 특히 사병들은 부양가족이나 계급, 근무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직업군인임에도 해외에 파병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 안 되는 돈 대부분을 자국에 보내고 기껏 6팩 군용 맥주나 콜라, 팝콘 정도나 사먹습니다. 물론 젊은애들 중에는 TV에서 떠드는 것처럼 클럽에도 가서 술도 사먹고 돈 다 쓰는 애들도 있습니다. 주말에 가끔 밖에 나와서 술 먹고 문제를 일으키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면 매번 안전사고에 대해서 중대장, 대대장들이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합니다. 하지만 100% 통제는 불가능하죠. 그 정도는 다 사람 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역시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이 있는지"
다시 말하지만 흑백논리와 편견에서 좀 벗어나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미군들은 우리를 지키러온 흑기사나 수호천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을 괴롭히거나 짓밟기 위해 온 괴물도 아닙니다. 그냥 국가의 명령에 따라 실행하는 군인·용병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해서는 저 역시 짜증나고 부시 한대 갈겨주고 싶지만,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들이 잘못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불쌍하죠. 그리고 한국은 대표적인 근무기피지역입니다. 또한 2사단 같은 경우는 정말 전쟁나면 자신들이 소위 Tripwire(인계철선) 노릇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알고, 솔직히 걱정도 하지만 노골적으로 억울하다고 불평하는 애들도 없습니다.
근래 미국의 행위는 외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우월감과 노력부족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이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잘못 알거나 편견만큼 해악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군들은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학력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최소한 제가 만난 대다수의 미군들은 제가 만난 대다수의 한국군들이 갖고 있지 못한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해당 교수의 발언은 또 다른 우매에서 나온 우월주의이자 편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시의 그것과 뭐가 다른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MBC에서 촘스키가 그렇게 강조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기본 역할은 어디로 갔습니까?
*제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극단적인 경우는 예외이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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