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곳 중 1곳꼴로 ‘성적 뻥튀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교육당국이 공정한 대입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수’의 비율을 15%로 제한하고 과목 평균 점수가 75점을 넘지 못하도록 해 성적 부풀리기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얼마나 됐나.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내놓은 내신 부풀리기의 사례를 보면 1년 전이나 마찬가지다. 90점 이상 받은 학생이 전체의 15%를 넘긴 학교가 절반을 넘고, 5곳 중 1곳은 예전과 똑같은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족보 베끼기’를 했다고 한다. 특히 2008년 내신등급제가 적용되는 고교 1학년에서도 성적 부풀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자료를 내놓으면서 내신 부풀리기가 1년 전에 비해 개선됐다는 교육당국의 설명은 생뚱맞다. 내신의 공정성은 상대적인 문제가 아닌 절대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불공정이 계속된다면 대학당국이 어떻게 고교 내신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자칫 대입의 공정성 논란이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할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교육당국이 그저 ‘수치 놀음’만 하고 있다면 기가 찰 노릇이다.
교육당국은 공정한 게임을 위해 기본 규칙을 정했다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단속할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내신성적관리의 중요성을 망각했거나,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벌칙을 보다 더 강화하고 감독도 한층 철저히 해야 한다. 내신 뻥튀기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이번부터 경고의 본때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학교장에게 각서를 받고, 해당 학교 교사들을 각종 포상에서 제외하며, 학교 기본운영비를 감액하는 등 행·재정적 조치로는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다. 보다 강력한 메시지로 규칙을 어긴 교사들을 닦달해야 한다. 내신에 의한 대학입시는 좋든 싫든 국민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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