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이런 씨x 사람위에 사람만들어놓은결과
글쓴이 (아이디) 시설인 (gix5241) 날짜 2003-03-21 오후 06: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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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노동자의 ‘목숨 건 월차휴가’
‘월차 달라’는 하청노동자 목 조르고 아킬레스건 끊어..
병원에 입원한 송씨의 아킬레스건이 심하게 손상됐다
ⓒ 현대차아산공장 '민투위'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협력업체인 세화산업 소속으로 근무하던 송 아무개씨가 월차휴가를 내려다가 이 회사 관리자에게 목이 졸리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테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엄연한 노동자의 권리인 월차휴가를 쓰기 위해, 그것도 혹시라도 라인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5일 전에 미리 통보하고 하루 월차를 쓰려던 송씨는 이 같은 ‘변’을 당하고 심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킬레스 건 복구를 위한 수술대기 중에 있다.
충격적인 하청노동자 ‘테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부에서 근무하던 송씨는 지난 19일 오전, 닷새 뒤인 24일 하루를 쉬기 위해 담당 조장에게 월차휴가원을 제출했다. 조장은 회사 송씨의 휴가건을 상사인 임 모 과장에게 다시 보고했고 임 과장은 송씨에게 면담을 요청해 “휴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면담에서 휴가를 '못 준다', '간다’로 실랑이를 벌이던 임 과장과 송씨는 급기야 ‘멱살잡이’까지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송씨는 뒤로 넘어지다 머리가 의자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해 인근 광혜병원으로 실려 갔다.
월차 신청했다가 멱살을 잡혔다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인데 정말 ‘놀라 자빠질’ 일은 지금부터다. 치료를 위해 송씨가 누워있는 병실에 이 날 저녁 때쯤 임 과장과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같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송씨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운 후 준비해 온 칼로 송씨의 왼쪽 다리 아킬레스건 부위에 심한 자상을 입히고 도주했다.
경찰과 함께 송씨의 상태를 진단한 담당 의사는 “아킬레스 건에 심한 손상을 입었는데, 완전히 절단된 상태는 아니지만 60% 정도가 끊어진 상태여서 완전히 회복되려면 2년 가량 걸릴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현재 송씨는 아산경찰서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경찰에서는 관계자들을 소환해 정황을 조사 중이다. 현재 송씨는 수술을 위해 다시 천안의 충무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한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두려워서 일 못 하겠다” 아산공장 라인 멈춰
그야말로 '테러'수준 폭행의 잔재..
ⓒ 현대차아산공장 '민투위'
이번 사건은 ‘월차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가 ‘칼부림’까지 당한 경위 자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엽기적’이지만, 무엇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어디까지 떨어져 있는 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관리자와 노동자간의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현대자동차노조 아산지부의 이형준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처럼 특근을 강요하거나 월차 휴가를 주지 않는 등의 위법 행위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비일비재하게 가해졌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불안정한 근로조건 때문에 노조로 조직하기 어려운 하청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지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산공장에는 10여개의 협력업체가 들어와 있으며 80여 명의 세화산업 하청노동자들은 의장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식을 들은 세화산업 소속 하청 노동자들은 자체 간담회를 갖고 20일 낮 12시부터 작업을 거부하기로 결정했고 오후 1시부터는 의장부 전체 라인이 멈춘 상태다.
또한 노조 아산지부도 비상간담회를 통해 세화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작업거부에 동참하기로 결정,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가 아산공장 전체 기계가 멈췄다. 또한 지부는 본조 차원의 진상규명과 대책수립을 요청한 상태다.
하청 노동자 송씨가 ‘테러’수준의 상해를 입은 경위가 단순히 임 과장의 우발적인 독립범행인지, 아니면 세화산업 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진상조사가 더 이루어 져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차 휴가 한 번 내려다가 목숨까지 위태로워 진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이들의 노동조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못해 ‘위험한 수준’까지 와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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