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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윤석진!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똥배장군님 은혜는 변함이 없으시나?

김정일 “노태우·김영삼은 나라 말아먹은 사람들”

윤석진 월간중앙 차장([email protected])

백두산에서 일출 보는 감격 누려

사장단은 오찬장에서 인터뷰식으로 묻는다는 것이 실례라 생각돼 질문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점을 대체로 아쉬워했다. 특히 서울에서 준비해간 많은 질문들은 거의 써먹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국 언론 최초로 김정일의 육성을 중계했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는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오찬장에서 나온 김정일 위원장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 사장단은 대체로 “신뢰할 만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장단은 기사를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유를 굳이 하나 더 들자면 여러 차례 술을 주고받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길어진 면도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각 테이블을 돌며 와인을 따라 주기도 했지만, 또 자리에 앉으면 북측 배석자들이 남한의 사장단쪽으로 다가와 김정일 위원장한테 술 한잔을 따르라고 수시로 권유했다. 이렇듯 술 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중간에 KBS 박권상 사장이 같이 간 지방 KBS 총국장들에게도 한 잔씩 따라줄 것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요청하고, 또 별도로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MBC와 SBS 사장도 같은 요청을 했고, 종교방송 사장들끼리도 함께 사진을 찍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찬장에서 만난 김정일 위원장은 특별히 건강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현지지도를 많이 해서인지 전체적으로 햇볕에 그을린 모습이었다. 손이나 팔은 새까맣게 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번에 방북한 남한 언론 사장단에 대해 북측은 환대 뿐 아니라 일행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얘기를 가능한한 삼가는 특별한 배려 또한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일정이나 방문지를 정했다가도 사장단이 못가겠다고 하면 다 취소했고, 가 보겠다는 곳은 가능한 한 들어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사장단이 백두산에 가기 위해 삼지연공항에 내렸을 때였다. 그곳에 있는 김일성 동상에 가서 헌화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장단은 간단한 상의후 당연히 거절했다. 그런데 북측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들은 또 애국열사릉 방문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것 역시 “일정이 바빠 못가겠다”고 했더니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사장단이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고구려 벽화로 유명한 강서고분이 그곳이다. 도로를 보수하는라 파헤쳐 놓은 상태여서 갈 수 없다 해서 결국 포기했다.
사장단이 관광을 겸해 가본 곳 중에서는 역시 백두산과 묘향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사장단 일행이 백두산에 오른 것은 9일이었다. 새벽 3시에 백두산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는 심정은 너나 할 것 없이 감격 그 자체였다. 약간 구름이 끼어 해를 가리기는 했지만 일출을 구경하는 데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날이 밝은 후 사장단 일행은 천지 아래로 내려갔다. 케이블카를 타고서였는데 출발하는 산봉우리에서 천지까지는 7분쯤 걸린다는 설명이었다. 천지 물을 마시기도 하고 일부는 발도 담그기도 했다. 천지 옆에 돗자리를 깔고 들러앉아 북측이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 천지에 사는 산천어로 회를 뜨고 어죽을 쑨 것이 주된 메뉴였다.

산천어는 낚시가 아니라 그물로 잡는다고 했다. 아마 천렵할 때처럼 투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사장단이 직접 잡아볼 기회는 없었다. 안내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천지에 산천어가 살게 된 경위가 재미있었다. 세계적으로 화산 분화구로 이뤄진 호수에는 물이 차가워 물고기가 못산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몇년 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시험삼아 산천어 100여마리를 넣어 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왕성하게 번식해 현재는 잡아 먹어도 좋을 만큼 많아졌으며, 꽤 큰 산천어도 잡힌다고 자랑했다.

돌아오기 하루 전날 사장단은 묘향산을 구경했다.그곳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에도 들렀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김일성 부자가 받은 온갖 선물이 진열돼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을 다 보려면 1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사장단의 눈길을 끈 것은 남한쪽에서 받은 선물들이었다.
모두 한곳에 모아 진열하고 있었는데 그중 금으로 만든 선물이 두어가지 눈에 띄었다. 하나는 “동아일보”에서,또 하나는 대우 김우중 회장이 선물한 것이었다. 동아일보의 선물은 김일성의 기념비적 항일투쟁으로 선전되고 있는 보천보전투를 보도한 당시 동아일보의 기사를 순금판으로 만든 것이었다.

북한 인민들과 대화 못나눠 아쉬움

더 재미있는 것은 현대그룹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선물한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지 않고 그곳에 전시해 두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보낸 대형 TV세트 등 각종 전자제품, 에이스침대에서 보낸 침대, 그밖에 장롱 등 한국의 가구 등이 한데 모여 있었다. 이를 둘러보던 사장단은 하나같이 서울의 한 가구점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장단은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통영 칠기로 만든 자개함을 선물했다. 사장단은 그 선물도 여기에 진열돼 있는지 나중에 통일이 되면 다시 와 확인해 보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평양에 체류할 때 단체로 단고기집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북한 단고기집은 어떻게 생겼고, 또 고기 맛은 어떤지 한번 가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단고기를 안먹는 사람은 다른 음식점으로 향하고, 박지원 장관을 비롯한 30여명이 함께 동행했다.
가기 전에는 서울의 보신탕집을 떠올렸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단고기집은 2층 한옥 기와집이었다. 입구에 분홍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30여명의 아가씨가 도열해 손님을 맞는 것부터 색달랐다. 안내원을 따라 2층 실내에 들어가 보니 마치 한국의 룸살롱을 방불케 했다. 조명도 어두침침하고, 모니터 두개를 갖춘 노래방 기계도 있었다. 노래방 기계는 한국에서처럼 영상반주와 함께 가사가 나오는 방식이, 서울에서 보는 것과 똑같았다. 아마 일본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시설이 아닌가 생각됐다.

서너명씩 앉을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에는 북한산 각종 술(백두산 들쭉술·고려 인삼주·북한산 소주)이 놓여 있었다. 나중에 술이 한잔씩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좋아져 사장단 중 일부는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장단 중 “강원일보” 최성희 사장이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다. 1절을 부르고, 2절을 부르려는데 “이건 좀 곤란하다”며 안내인이 말리고 나섰다.

안내인의 태도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말 속에는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래는 북한에서 금지곡이라는 것이었다. 단고기집에서 북한에도 금지곡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평양의 상징인 대동강을 ‘한의 대상’으로 삼은 노래 제목과 가사가 북한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지 않나 싶었다.

사장단 일행은 김용순 아태위원장을 따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또 사장단이 있는 공개 석상에서는 “조선일보” 문제 등이 거론된 적이 없었다. 이런 사항은 박지원 장관이 따로 김용순 위원장을 만나 협의했기 때문에 사장단은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사장단이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일반 인민들의 얘기도 듣고 싶었으나 정해진 일정에 따라 계속 승용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2000년 09월호 | 입력날짜 200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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