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3% 강제 공무원퇴출 문제 있다
언제부터서인지 자고로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했다. 혹자는 공무원을 “국민에 대한 봉사자” 라고 칭하기도 하고 또 “국가(國家)ㆍ사회(社會)의 심부름꾼”이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공무원은 국가.국민.사회라는 공공의 머슴으로 이 울타리 속에서 자유롭지 못 한게 사실이다. 때로는 주인의 눈치를 보아야하고, 때로는 주인에게 아첨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공까지 바쳐가면서도 식솔의 끼니를 위해 바짝 업 드려야하는 현실이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 같다. 최근에 공무원 사회가 꽁꽁 얼어 붇고, 엄동 설한의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울산광역시에서 시작한 공무원 퇴출바람이 서울시를 통과하여 중앙정부에 까지 거침없이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빅뱅(BigBang)으로 몰아 부친 21세기 첨단과학의 결과물들이 젊은 청년을 어느 날 갑자기 백수(白叟)로 몰아가는 희귀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이미 10여년 전 IMF를 맞아 이러한 광풍을 맞이했다. 그 결과로 경제적, 사회적 붕괴현상이 도처에 만연되어 지금까지도 치유가 되지 않고 있다. 흔히 공무원 집단을 ‘철밥통’이라고 한다. 그리고 법을 집행한다는 차원에서 권력의 표상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비교적 인기가 충천하고, 사회적 평가가 대단히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더구나 나라를 위해 일하고, 백성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배고픈 공무원들을 일으켜 세워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시 9급 공무원의 공채시험 경쟁률이 이미 100대1을 넘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응시자들의 학벌도 대학원 출신이 태반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허리끈을 조여 가며 자녀를 대학교, 대학원 졸업시키고, 공무원 재수시켜 겨우 한자리 얻게 되면 동네잔치를 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에서는 5만여 직원 중 5급이하 4만명의 3%인 약 1,200-1,500명에 대하여 무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공직에서 내 쫓겠다고 한다. 그것도 5급이하 중.하위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고 고위공무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한다. 이 시책에 있어서 세금만 축을 내는 공무원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원칙론에는 동의를 한다. 공무원이 일 하지 않고, 무사안일하거나 복지부동하며, 요령만을 피우며 상사에게 아부하며 자리만을 지키는 자가 시민들의 이마 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민재판이나 마녀 사냥식 인위적인 퇴출방법으로 평생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금번 시행되는 서울시의 3% 강제 퇴출 시책에는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헌법적 파괴행위다.
공무원은 헌법에서 그 신분을 보장받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법 앞에 평등하다. 아울러 공무원은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공무원법에서 조차 규정되어 되어 있지 아니한 면직방법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겠다는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재고되어야 한다.
둘째, 형평성이 결여된 비합리적인 방법이다.
퇴출 공무원 대상을 5급 이하의 중.하위직 공무원으로 한정한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 처사다. 모든 국민은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공직사회에서 계급에 따른 처우나 대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은 국가의 동력의 심장이다. 심장이 고장이 나면 국력이 모아질 수 없다. 공직사회 마저도 직급에 따른 부익부 빈익부를 초래하게 되면 그 조직은 풍랑을 맞게 된다,
셋째, 기준도 함의도 없는 비민주성이다.
하필이면 왜 3%이며, 어떤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할 것인가가 문제다,
임명권자인 시장이 이해당사자나 시민들의 함의도 없이 주관적인 준거에 의거 퇴출공무원의 숫자를 고무줄 다루듯이 정하고, 퇴출기준에도 객관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이는 서울시의 주인인 서울시민과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으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못할 것이다.
넷째, 정치인 수장의 인기영합적 정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의 수장이 정치인들이다. 이 들은 행정경험이 미숙하고 정치적 권모술수가 몸에 익은 자들로 대다수 행정마인드가 부족하다. 정치적 입지을 위한 유권자 인기영합만을 모색하다보니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기가 쉽다. 이번 서울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성 싶다. 결과만으로 시민들을 호도하려는 전시행정은 시대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조직 내의 갈등과 혼란만을 양산하게 되어 조직목표 달성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조직 와해와 국력소비의 전형적인 실패한 모델이다.
이 정책의 결과로는 무더기로 위헌법률심사와 헌법소원 등 사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로 이로 인해 조직 혼란과 조직력 와해로 시정의 마비현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퇴출시킨 공무원이 법적 승자가 될 경우에는 엄청난 인력소비와 시민의 혈세를 축내야 하는 일로 실패한 모델이 될 것이다.
세계 속의 하이 서울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하는 것만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공무원으로서의 적성과 재능이 있어 이들을 일단 채용했다면 그 이후의 능력과 자질을 훈련시키고, 개발시켜야 할 책무는 시장에게 있다 할 것이다. 시정의 타켓을 네 식구 내쫓기에 둘 것이 아니라 공정한 인사쇄신과 공무원의 능력배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서인가 우리 사회에 수단과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놓고 성공의 척도와 출세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사리와 정도가 존중되고, 과정과 절차가 민주적이고 합리적일 때 그에 합당한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내쫓기 위해 성실히 일하는 공무원을 불안에 떨게하고, 흔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책임이 전적으로 시장에게 있을 진데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의 공복(公僕)들을 공복(空腹)으로 내 쫓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2007. 3. 31
시민옴부즈맨공동체 대표 행정학박사 김 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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