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데, 내용을 들어보니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만 서명운동 같은 구체적 방법론이 나왔고 대부분 추상적이고 지향적인 선언일 뿐, 가장 핵심이슈인 단일화 방식에 대하여는 ‘차차 협의해 가기로 했다’는 식으로 딱히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아마도 문재인 쪽에서 안철수를 단계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게 아니라면 안철수가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데, 여기서 묘한 게 느껴지는 게 있다.

며칠 전 여론에서 유리한 안철수에게 조직에서 유리한 문재인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

어찌 보면, 자신이 질 게 뻔한 것을 제안하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물러나는 게 좋을 텐데, 왜 자기가 패배할 게 뻔한 방식을 왜 제안했을까?

혹시 따로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서 여론조사 방식을 제안한 것일까?

돌아보건데, 이명박이 집권했을 때 우파논객들이 빗발치듯 주장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곧바로 방송을 접수하라’는 것이었다.

좌익들이 장악하여 좌익들의 선전선동기구로 전락한 방송을 정상화시키라는 것 말이다.

이는 우파운동가와 우파논객들은 좌익의 무기를 방송포털, 선관위, 사법부임을 이미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여부는 확인할 능력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인 2007 대선 때였는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 여론조사 기관의 소유지배 구조를 두고 정동영을 들먹거렸던 적이 있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즉, 여론조사기관도 방송포털이 여론을 조작할 가짜이유를 만들어 줄 곳일 거라는 우파의 예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여론조사 할 때 꼭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지난 8월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 21’의 편성제작총괄본부장인 양경숙씨가 지난 4·11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모든 의혹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로 통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아울러 서 사무총장이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으로 파행 위기를 겪었던 민주당 경선에 대해서도 “흥행만 노린 자충수”라며 “오픈프라이머리로 (판세를) 뒤집자던 민주당이 흥행만 노린 자충수로 정작 자기당 경선을 뒤집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599명을 통계적 오류로 치부하는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그리고, 아예 검색하기에도 힘든 오래 전인 2002 대선 때, 애국우파들이 강력하게 주장한 전자개표 부정선거와 관련하여, 그 당시 언론사 기자의 매수에 박지원이 어쩌고 했다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어느 기자의 양심선언 비쓰끄리한 글이 인터넷에 회자되었던 것까지 들먹이긴 싫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여론조작이라는 용어가 왜 박지원과 매치되는지 모르겠다.

단일화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안철수가 박지원의 퇴진을 요구했던 점과 여론지지도에서 문재인과 현격한 차이로 우세하던 안철수가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를 주장했을 때 문재인은 선거인단 투표방식을 주장하였던 점, 그리고 어떻게 딱히 설명할 수도 없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은근슬쩍 문재인이 여론지지도에서 안철수 턱밑까지 올라오고 이제는 문재인이 오히려 여론조사방식을 여유롭게 제의한 점이 이상하지 않은가.

안철수가 요구했었던 ‘박지원 퇴진’이 아직 안 된 상태라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민심이 그렇게 홀라당 뒤집어지지 않는 법인데, 어떻게 여론조사에 문재인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까?

유독 국물족만 구름같이 모여든 안철수 진영에 박지원 같은 책사가 없는 점이 눈에 띈다.

혼자만 약아서 될 일이 아니란 뜻인가?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