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톈진시 빈하이(濱海)신구의 컨테이너 항구로 연결되는 도로 입구. 방독면을 쓴 중국 공안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차량 통행을 막았다. 톈진항을 ‘쑥대밭’으로 만든 대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36시간이 지났지만, 컨테이너 야적장에선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날 오전에도 소규모 폭발음이 들렸다.

정체 모를 자극적인 냄새가 이틀째 코를 찔렀다. 거리에 나선 시민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한 택시기사는 “청산가리 등 맹독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다는 소문이 떠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유일하게 접근한 관영 CCTV 기자는 이날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뉴스를 전했다. 그는 “3분쯤 서 있는데 피부가 가렵고 아프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컨테이너 창고는 700여t의 시안화나트륨 등 맹독성 화학 물질을 보관하고 있었다. 홍콩 매체는 “사고 직후 ‘황색 연기’가 솟구쳤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베이징군구(軍區) 소속 ‘국가급 생화학부대’ 214명을 사고 현장에 투입한 것도 주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화생방 특수부대가 등장했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유독 물질 누출 공포가 톈진 일대를 엄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환경부는 이날 “사고 현장 주변 공기를 조사한 결과, 시안화물(청산가리 성분)의 농도가 한때 허용 기준치의 8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유독 가스가 누출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부 유출된 화학 물질은 이미 공기 중에 분산돼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유독 가스가 베이징까지 오염시켰다’ 등의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수구에서 청산가리 물질이 일부 검출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상수도나 하천에 유입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이날 “탄화칼슘(카바이드) 등 화학 물질 화재에 물을 뿌리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현장에 물을 끼얹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는 생존 소방관의 말을 전했다. 소방당국이 화학 물질 창고에서 일어난 이번 화재의 특성도 파악하지 않고 물을 쓰다가 참사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고 사망자 60여명 중 17명이 소방관인 이유도 화재 초기 발생한 두 차례의 대폭발 때문이다. 특히 2차 폭발은 TNT 21t 규모의 폭발 강도로, 인공위성에서도 화염이 관측됐을 정도였다. 화서도시보는 이날 “희생된 소방관 중에는 복무한 지 1년이 안 되는 18세 위안하이(袁海)와 결혼한 지 12일 된 자오량차오(趙良超)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18세 소방관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친 것으로만 알고 있었고, 신혼 소방관의 부인은 임신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유독성 화학 물질 보관 창고와 민간 주거지가 너무 가까운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는 수만 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사무실이 줄지어 있었다. 이번 폭발로 유리창 대부분이 깨지면서 주민들은 피부가 찢기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중국 지방매체인 대해망은 “위험 물질 창고와 주거지는 최소 1000m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중국 규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