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나라종금' 수사 本末뒤집지 말라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법무부에 국가정보원 도청 의혹과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에 대해 정치적 고려없이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옳은 일이다. 이 사건들은 결코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도청 의혹의 본질은 국정원이 도청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있다. 지난 대선 때 야당이 공개한 자료엔 대통령 비서실장과 기업인, 금감위원장과 검사,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과의 통화 등이 망라돼 있 었다. 당시 상당수의 통화가 사실로 확인됐고, 특히 언론인들이 “통화 내용도 사실”이라고 밝혀 도청 공포가 크게 확산된 바 있다.
검찰은 이미 야당에 자료를 넘겨준 것으로 보이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이미 대선 기간 중에 적발됐으나 쉬쉬해 왔다는 얘기도 흘러다녔다. 물론 야당의 폭로 과정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청의 사실 여부가 먼저 확인된 이후의 문제다. 검찰 수사의 중점이 도청의 사실 여부보다 폭로 과정에 두어진다면 사건은 정쟁으로 번지고 진실은 오리무중이 될 위험이 크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수사의 핵심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 두 명이 1999년에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확인이다. 노 대통령은 법무부에“수사가 중지됐다는데 내가 걸림돌이라서 그랬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이 사건은 의문 투성이다.
검찰은 돈을 직접 전달한 사람으로부터 구체적 진술을 받고, 비자금 장부까지 압수해 놓고도 내사를 중단했다. 법원 제출 수사기록에선 비자금 장부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 야당은 그 장부에 여권 고위층 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계좌 추적에선 청와대 직원의 이름이 나왔던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혹여 ‘대통령측의 의혹을 털어주기 위한 수사’라는 의심을 사지 않 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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