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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사 한달째] 다시 가본 중앙로驛 현장
“비극 이렇게 잊혀질순 없다”반짝관심뒤 無대책에 분통
벽면 덮은 눈물의 진혼편지…부상자 92명 기침-고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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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지하철 참사

17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섰다. 지난달 18일, 344명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大慘事)가 일어난 지 어느 덧 한 달이 됐다. 대구시를 뒤덮던 ‘근조(謹弔)’의 깃발은 도심을 제외하면 거의 사라졌다. 지하 1층의 말끔해진 모습에서, 중년 여성 청소원들의 대걸레가 화마(火魔)마저 망각(忘却)의 저편으로 훔쳐낸 것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하 2층으로 내려서자 풍경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시설물 전체를 뒤덮은 숯검정과 수천도의 열에 녹아버린 자동 판매기가 사고 당시와 똑같은, 여전히 매캐한 유독 가스 냄새 속에 놓여 있었다.

벽면의 타일 하나하나에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희생자들의 자취 대신 손으로 쓴 진혼(鎭魂)의 편지 수백통이 씌어져 있다. ‘님이여, 사고도 없고 무책임도 없는 안락한 곳에서 행복하게 사세요’ ‘그 칠흑같이 어둡고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눈물로 쓴 편지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다급하게 탈출하다 벗어던진 가죽점퍼와 벗겨진 슬리퍼들을 바라보며 잔열(殘熱)을 내뿜던 두 대의 전동차가 있던 그 바로 위에 50여명의 유가족들이 앉아 있다.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간혹 들리는 가는 기침 소리뿐, 유가족도 자원봉사자들도 아무 말이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도, 대구시민도, 불법 체류자도 아닌 괄호 밖의 사람들입니다.” 15세의 중3 딸을 잃은 어머니(변영희·45)의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 “누구도 내 소관이 아니라며 모른다고 합니다. 짐승이 이만큼 죽었어도….” 저 세상으로 떠난 아들(김기현·경희대2)을 떠올린 김보광(51)씨의 절규는 텅빈 공간에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사고 현장에서 300여m 떨어진 대구시민회관. 이곳의 합동분향소에는 지금도 50여명의 유가족들이 가로·세로 1.5m 남짓한 모포 한 장씩을 깔고 고행하고 있다. 20여개 단체,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

2층 합동분향소 제단에 놓인 49개의 영정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대구시와 중앙특별지원단이 원인 규명, 안전대책 마련 후 지하철 운행 등의 요구사항을 무시했다’며 영정들을 뒤로 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조카를 잃은 허남태(45)씨는 “사고 발생 한 달이 되도록 아무 말 없는 그 잘난 사람들 때문에 우리도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상자들에게도 봄은 오지 않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중경상을 입은 시민은 모두 146명. 54명은 퇴원했지만 92명은 여전히 대구시내 10개 병원에서 ‘한 달 전 그 때’의 충격과 싸우고 있다. 김모(여·36)씨는 “아직도 시커먼 가래가 나오고 호흡이 곤란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자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기관사 등 11명을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수사를 일단락했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전동차의 내장재 방염 처리 등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고 정부는 재해관리청 신설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과 특히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가슴에는 억울함이 멍울져있다. 사고가 난 대구지하철은 별 대책없이 여전히 중앙로역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불씨’를 안은 채 달리고 있다.

(大邱=文甲植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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