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80 강철군화 2007/09/17 98


삼성,현대, 그리고 유한킴벌리



세계 속에서 경쟁하며 성장한 우리 글로벌 대기업들이 ‘가짜 경제’라고?







“대한민국에 그렇게 사람이 없나?”




얼마 전 학계 원로 한 분을 찾아뵈었다. 때가 때인지라 이야기 끝에 대통령 선거 얘기가 나왔다.

그 분은 "그 동안 후보로 거론됐거나, 거론되고 있는 사람 중에서 '퀄리티(질)'가 되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와 조순형 민주당 의원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여권에서 문국현을 띄우려고 한다는 데, 솔직히 그 사람이 대통령감인가? 나도 그 사람을 조금 알지만, '문국현'이라는 사람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사람이더라고...대한민국에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고 하셨다.




며칠 전 우연히 구글에서 '문국현'에 관해 찾아 봤더니, 370여 만 개가 검색되었다. 대강만 보아도,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이른바 '진보매체'(?)와 그들과 코드를 맞추는 포털계열 매체들에서 문국현을 집중적으로 띄우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문국현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17가지 정책제안을 제시했다. 누구라도 귀가 솔깃할 만한 진선진미한 얘기들이었다.




대기업 위주 경제는 가짜 경제?




하지만 그의 주장 가운데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대기업 중심 경제를 '가짜 경제',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진짜 경제'라고 규정한 부분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은) 가혹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을 추수(追隨)하는 '건설·재벌중심 가짜경제'와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사람·중소기업 중심 진짜 경제'의 경제사회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 그는 현대그룹 CEO출신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중견기업인 유한킴벌리CEO출신인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주장을 펴는 것 같다.




중소기업의 중요성, 복지의 중요성, 인간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 경제를 '가짜 경제'로 단언한 부분만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처음부터 대기업은 아니었다. 그들도 시작은 동네 쌀가게였고, 자동차 정비소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이나 유한킴벌리의 모기업인 유한양행은 매출이나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엇비슷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삼성과 유한양행, 현대와 유한양행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왔을까?

단순히 이병철, 정주영이 독재권력과 결탁을 잘 해서였을까? 아니다.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




1. 1970년대 수원에 삼성전자 공장을 지을 때의 일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공장부지를 43만 평으로 하라고 했다. 계열사 사장들은 '규모에 비해 공장부지가 너무 크다'고 반대했다.




그래도 이회장은 43만평을 고집했다.

"일본 히타치 공장이 40만 평이다. 우리가 사업을 했으면, 언제고 일본과 일본기업을 능가해야 할 것 아니가. 그러니 저거보다 3만평이라도 더 커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이가. 안 그렇노, 어디 내 말이 틀렸노."




2. 삼성전자가 4메가D램 개발에 성공했을 때의 일이다. 삼성전자 연구진으로서는 쾌거였지만, 그때 이미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 회사에서는 오래 전에 4메가D램 개발에 성공, 양산체제에 들어가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4메가D램은 일본 것을 베낀 것"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보도가 나간 직후, 당시 사실상 은퇴해 있던 이병철 회장이 삼성전자연구소로 들이닥쳤다. 진대제 박사 등이 그를 맞았다. 이회장은 호통을 쳤다.

"우리가 일본 것을 베꼈다는 게 사실이가? 기껏 남의 거 베끼려 평생을 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줄 아나? 영국은 증기기관 하나를 개발해서 세계를 제패했다. 우리 반도체도 그런 역할 하라고 시작한 것 아이가?"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후 수년 동안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서 "삼성그룹 전체가 반도체 때문에 망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으니까.




진대제 박사 등이 "반드시 16메가D램을 독자개발해서 다시는 모방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이회장의 진노가 풀렸다. 한 달 후 이병철 회장은 세상을 떠났다.




3. 1970년대 조선과 자동차 사업을 시작할 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말이야, 육지에는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바다에는 우리나라의 배가 떠다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그의 꿈은 지금 이루어졌다. 현재 지구상에 떠다니는 배의 30~40%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다.




4. 1964년 11월30일, "수출목표 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김정렴 상공부 차관의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이오? 1억 불, 1억 불을 달성했단 말이지...1억 불, 1억 불...정말 수고했소. 상공부 직원들에게 수고했다고 전해주시오.“




독일의 삼성과 LG




문국현이 간단히 ‘가짜 경제’라고 매도하는 대기업들은 바로 그런 이병철의 집념, 정주영의 꿈, 박정희의 의지, 그리고 이름 모를 산업전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인 것이다.




몇 년 전 독일 출장을 갔을 때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전자 매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삼성과 LG의 LCD TV와 모니터, 핸드폰들이었다. 후지쓰, 지멘스 같은 일본이나 독일 대기업 제품들은 삼성이나 LG의 LCD모니터와 경쟁하기 위해 덤핑에 가까운 가격을 매겨 놓고 있었다.

40여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봉급을 담보로 돈을 빌리러 서독을 찾아갔을 때, 차 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달렸던 아우토반에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금호나 한국타이어에서 만든 타이어를 단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가, 우리 한국인들이 이렇게 세계 속에서 기를 펴고 산 적이 언제 있었던가. 기업인들이, 기업들이 진짜 애국자들이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 매출액, 아르헨티나 GDP에 버금가


(※ 옮긴이 :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전세계에서 몇 손가락 뽑을 부국이었다. 그러다 포퓰리즘과 좌파정책으로 망한 대표적인 나라다. 이런나라를 좋다고 찾아당기면서 차관도 내주는게 개무현이다. 뭐,, 정일이 기쁨조비용,핵개발에 갖다주는거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만.)

오늘날 삼성,LG,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전세계 200여개 국가들의 GDP와 비교해 봐도 중상위권에 든다. 삼성공화국의 GDP(매출액)는 1296억 달러로 GDP가 1515억 달러인 아르헨티나(36위)보다 조금 낮고 싱가포르(1068억 달러, 38위)보다 많다(36위). LG공화국은 778억 달러로 48위, 아프리카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50위)보다 많다. 현대자동차는 715억 달러(51위)로 나이지리아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남미대륙과 아프리카대륙의 대표주자를 자임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확대 개편할 경우, 자신들이 상임이사국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만 본다면,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넘볼 수 있겠다. 그런 기업들을 가진 대한민국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2004년의 경우 삼성의 매출액은 국내 GDP의 17%에 달했다. 삼성이 먹여 살리는 사람들, 삼성이 낸 세금,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삼성은 지탄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감사를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렇다고 삼성의 불법을 눈감아 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대기업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문국현은 말한다.

“대기업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일본-EU등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중국-러시아-인도 등 신흥경제강국들의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삼성, 더 많은 현대, 더 많은 LG가 있어야 한다고.....




문국현이 CEO로 일했던 유한킴벌리는 어떤 회사인가? 선각자 유일한 선생이 세운 ‘유한’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다 뿐이지,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사실상 다국적기업인 킴벌리클라크의 한국지사에 불과한 회사 아닌가? 국내에 생산공장이 있다지만, 사실상 킴벌리클라크의 생산품을 내다 파는 회사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술할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외국의 기업들과 박 터지는 경쟁을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 그리고 외국의 유명 회사와 합작해서 그 회사의 브랜드 파워에 의존해서 그 회사의 상품을 하청생산하면서 그 생산품을 내다파는 것 -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짜 경제’이고, 어느 것이 ‘가짜 경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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