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km상공에서 1단계 분리하면서 통신이 두절되어버린 모양이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그저 앉아서 만들기나 깔짝거리는 앉은뱅이 과학의 나라로 전락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썬조우 호를 띄웠을 때 일본의 원로들은 비통해했다고 들었다.

필자는 그게 자존심의 문제려니 하며, 실질적인 패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2차 나로호 발사 하루 전에 소화기 누출로 발사 연기 어쩌고 했던 그저께도 그랬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나로 호 발사 연기를 가지고 그리 문제를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갑자기 일본의 원로들이 중국 유인우주선에 대하여 비통해한 것이 갑자기 뜨끔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자존심이나 군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해도 국가의 “생존문제”와 직결될 거라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의 나로호 발사 실패가 왜 우리의 생존문제와 직결되는지 풀어보겠다.

사람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열광한다. 또한 매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그 사람들에게 왜 관심을 가지냐고 물어보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홍보되니까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아져 대접받게 되면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1등 해도 더 알려질 만한 게재가 못될 정도로 스포츠 행사로 알리기엔 이미 더 이상의 진전을 볼 여지가 없을 만큼 알려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 홍보 문제이다.

가령, 수학 100점 맞은 아이의 영어 100점과 수학 20점 맞은 아이의 영어 100점이 있다고 치자.

어느 아이의 영어실력을 더 신뢰하는가. 당연히 수학 100점 맞은 아이의 영어 100점이다.

수학 100점 맞은 아이의 영어 100점은 평소 실력으로 여겨지지만, 수학 20점 맞은 아이의 영어 100점은 다른 것 포기하고 밑천 다 털어 바친 성적인지라 약간 만 더 높은 수준이 필요할 땐 밑천이 동 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품질, 규격, 가격이 똑 같은 스위스 치즈와 파키스탄 치즈 중에 당신은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당연히 스위스다. 스위스엔 네슬레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있을 정도이니 위생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또 품질, 규격, 가격이 똑 같은 미국산 경비행기와 아르헨티나산 경비행기 중에 당신은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당연히 미국산이다. 우주 비행까지 자유자제로 하는 나라에서 만든 것이니, 비록 저급제품일지라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대한 신뢰가 더욱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돈 많은 사람이 간단한 수술도 큰 병원 찾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이제 왜 우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가는가?

아직은 우리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같은 현재형 주력산업에서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항공기를 비롯하여 새로운 산업분야가 국제시장에서 주력산업으로 등장했을 때, 그때도 우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성적으로 품질의 우위를 설명할 것인가?

만일 중국이 “우리는 우주비행을 한 나라다. 우주비행도 못하는 나라의 비행기를 왜 사는가?”라며 바이어를 유혹했을 때, 우리의 영업 맨은 무슨 논리로 바이어를 관심을 되돌릴 것인가?

또한 국제 안보관계회의에서도, 우주활동의 정도를 가지고 우방간의 주종관계도 이미 설정되어 버린다.

바로 여기서 첩보위성을 띄운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발언권과 주도권은 천양지차가 되는 것이다.

우주활동은 핵무기 사용에 의하여 인류가 전멸되기 전까지 안보상의 우위를 공식 보장하기 때문이다.

즉, 우주활동 성적이 없으면, 나머지 분야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술의 우위를 주장할 논리가 박약하다는 것이다.

이래서 우리는 우주로 나가야 하고 우주활동의 성적을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주비행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며 너무 서두른다고 지껄이는 자들이여, 남들은 53년 전(1957년)에 인공위성 띄우고, 49년 전(1961년)에 유인우주비행하고, 41년 전(1969년)에 사람이 달에 착륙하고, 34년 전(1976년)에 화성에 착륙하였다.

언제까지 가전제품, 컴퓨터, 자동차 같은 ‘앉은뱅이 과학’ 붙잡고 남의 기호나 맞춰 주는 소모품 생산만 할 것인가.

또한 앞으로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가지고 영업 홍보하는 남미형 설득 방식이 유효하리라고 보는가.

2차 나로 호의 잔해조차 러시아가 수거하기로 할 정도로 불편등한 것을 보면, 우주기술은 협력 자체가 무의미하다.

더구나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보았듯이 실질적 적대국가 아닌가. 바랠 걸 바랬어야 했다.

이러함에도 군과 과학자 출신이 전무한 우리의 내각을 바라보면,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직도 ‘너무 서두른다’고 김빠지는 소리나 하는 국민여론을 바라보면, 더 말할 기운도 없다.

그러나, 남들이 우리만큼 계산머리가 없어서 쓸데없이 우주에다 돈과 정열을 쏟아 붓는다고 것이 아니라, 남들이 왜 우주에다 투자하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