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386이 부끄럽다.
요즘 열린우리당 시도당 위원 선거와 당의장선거로 시끌시끌하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도 오늘 경기도당위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21명중에 17명, 한명은 대리인이 왔으니 18명이다. 거기에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부인까지 참여했으니 19명의 후보격 인사들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었다.
그런데, 길고 지루한 각 후보들의 지지를 부탁하는 연설을 들으며, 내내 머리속을 감도는 내용이 있었다.
난 386세대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난 개혁당 시절에 참여를 시작했고, 노사모활동을 즐겼었다.
지금은 나와, 나의 행동을 이해해주는 집사람까지 열린우리당의 대의원이다. 거기에 난 내가 속한 지역의 청년위원장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열린우리당이라는 사람들의 모임 자체가 경멸스럽고 환멸을 넘어서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더우기 그들 중에 이 나라를 독재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냈다는 자부심을 팔아먹고 사는 386세대들이 더욱 더 진절머리 나게 부끄럽다.
오래전 대학시절에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86학번이었던 나는 거의 수업의 기회를 강탈당한 세대이다. 난 거금의 수업료를 내고 공부를 하러 대학에 왔지만, 시대는 나에게 그런 호사를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때 나는 전두환이라는 악의 화신을 보았고, 그 때의 우리 동료들의 분위기는 악의 화신과의 싸움이 최고의 선으로 통용되었었다.
악과 싸우는 동료들의 입에서는 항상 단내가 풍겼지만, 그들은 비장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난 그들의 행동에서 악의 싹을 보았던 것이다.
싸우던 적과 닮아 간다는 얘기는 맞는 말이다.
결국 몇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난 그들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결별을 하게 된다.
20년 후에 너희들이 이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하는지, 내가 이 사회를 위해 일하는지 두고 볼 것이다.
이제 그 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사라져갔다. 그 때 나에게 악의 화신과의 싸움에서 도피한다고 저주를 퍼붓던 그 많은 입들의 주인공들은 오늘에 와서 나에게 아직도 그때의 환상을 가지고 사냐고 비웃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기득권이 되어, 경제를 망치는 오늘날의 대통령을 경멸하는 것을 즐기며 술안주 삼아 양주를 마신다. 학벌도 없는 그 바보같은 대통령 말이다.
그래도 난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그럴 줄은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그 때 내가 봤던 악의 싹은 당연히 꽃을 피울 만했던 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믿을만한 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배지를 달았던 말던, 우상호, 허인회, 임종석, 기타등등 너희들을 믿었단 말이다. 최소한 우리들은 87년의 승리를 맛보고, 이 사회가 어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최소한 너희들은 이십년이 아니라 삼십년이 지나도 제대로 했어야 하는 놈들이다.
니들이 피에 사무친 광주에 가서 룸싸롱 술판을 벌여도 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도 접대하러, 접대 받으러 룸싸롱 가는데 너희 직업이라고 그런 고충이 없겠냐고 이해하려고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니들이 하는 짓을 한 번 봐라.
임종석이 송영길이 니들이 하는 짓을 한번 보란 말이다. 이 그지같은 새끼들아.
나 유빠아니다. 나 유시민 그사람 믿기가 어려워서 고민하는 놈이다.
들려오는 얘기들이 좋은거 하나 없다. 성질 드럽고 싸가지 없고 자기만 잘난 사람이 유시민이라는 것도 안다. 심지어 의원들 사이에서 왕따라메..
거기다가 근본적으로 유시민 같은 백면서생이 뭘 하겠냐 말이다. 그저 자기 옳은 줄이나 알고, 경제공부나 좀 했고, 사람들하고 사귈줄도 모르고 그저.. 글재주 말재주 좀 있어서 칼럼니스트로 이빨까서 먹고 살면 딱 좋은 노땅 아니냐 이말이다.
이 나라에 이 땅에 할일이 좀 많은가 말이다. 그 많고 많은 일들중에 겨우 사꾸라 천지인 정당을 좀 바꿔보겠다고, 그것도 거창한 것도 아니고 당연하기 그지없는 '당권은 당원에게'라는 평범한 구호 하나 들고 가고 있는 그런 사람하나 놓고..
니들이 벌이는 그 드러운 마타도어는 뭐냐 말이다.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거 까지도 그렇다 치자. 전국민이 보는 테레비에 나와서 송영길이 니가 사냥개가 되서 그렇게 개소리를 늘어 놓으면서 유시민이를 씹고 물어뜯어야 되는거였냐?
이 쓰레기 집합소 같은 열린우리당에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제정신 박힌 단 한사람 유시민이를 니가 꼭 그래야만 되었냐는 말이다.
나 니들 보기싫다.
난 내가 니들하고 같은 386이라는 사실이 못견디게 부끄럽다.
우리 또래가 없었으면 87년의 승리가 있었겠냐고, 최류탄 파편자국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하던 내가 부끄러워서 죽고만 싶다.
난 오늘 이시간 부터 니들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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