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프 공격과 이슬람의 분노
부시가 드디어 무모한 공격행위에 승부를 걸었다. 이슬람 최고의 성지요 온 아랍세계의 정신적 고향인 나자프를 전투기와 무장 헬기를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공격할 것을 명령한 것. 목적은 저항세력 소탕이지만 이 부도덕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슬람 최고의 성소는 파괴되고 숱한 이라크인이 생목숨을 잃었다. 죄 없는 어린이들과 전쟁과 무관한 숱한 생명들까지 목숨을 읽고 있는 것이다. 이 무자비한 미군의 공격을 전해들은 전 세계의 이슬람 세력은 한목소리로 부시의 야만행위를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내 시아파 주민들은 곳곳에서 반미집회를 열고 있으며 이집트와 레바논은 물론 이란 등 각국에서 전 세계 1억2천만 시아파가 신성시하는 나자프에 대한 미군의 대규모 공세를 비판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심장병 치료차 영국에 있는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이날 나자프 사태에 대해 <깊은 슬픔과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군중들의 선두에선 자나티는 시위자들에게 <미국인들은 신이 부활하는 날 죄의 대가를 치를 것> 라고 한 뒤 알-사드르를 가리켜 <이맘 알리 사원을 방어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면서 또한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온다고 하면서 대신 피를 뿌렸고 실제로는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의 축제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며 그는 <미국의 늑대들이 나자프를 공격하는 행위에 저항하는 것은 모든 이슬람교도로부터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레바논의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모하메드는 미군의 나자프 공세를 허용한 이라크 임시정부를 비판했고 이집트 외교부도 이라크 임시정부와 미군에 대해 <나자프에서 무력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풀라>고 촉구했다. 아므르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슬람의 성지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며 <성소를 침범할 경우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교부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나자프에서 힘없는 이라크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으며,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이슬람의 성소(聖所)인 나자프를 미군이 공격한 행위를 <추악한 범죄행위>로 규탄했다.
이슬람 세계가 나자프를 성소(聖所)로 존중하는 이유는 슬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661년 제 4대 교주이며 시아파의 이맘인 알리가 알 쿠파에서 살해된다. 알리는 시체가 훼손될까 염려하여 알 쿠파가 아닌 땅에 몰래 매장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 때 선택된 곳이 이라크 중앙부에 위치한 나자프, 유프라데스 강 서안인 알 쿠파에서 북동쪽으로 약 10km 지역이다. 이 땅에 알리의 성묘(聖廟)가 건립된다. 카르발라와 함께 시아파의 가장 중요한 성지이며 메카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므로 더욱 신성하게 여기는 성소인 것이다.
더구나 나자프 지역은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학대받던 천형의 땅이었다. 시아파를 적대하던 사담은 나자프에 대한 차별화 정책을 실시하여 도시는 버려졌고 주민들 또한 차별대우로 소외당하고 고통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자프 주민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먼저 반긴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미군은 시아를 배신하며 적으로 삼고 말았다. 앞으로 미군은 수니와 더불어 모든 이라크인과 대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이라크의 이런 정황과 역사적 정서를 무시함으로 앞으로 전체 이슬람 세계의 저주와 분노를 스스로 사고 말았다. 8월 12일 저녁 CNN 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에 부인과 함께 출현한 부시는 <이라크전쟁을 결정한 일은 옳았고 대선에서 이길 것이며 11월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그를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라크 전에 대한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며 호언장담했는데 부시의 앞날이 흥미진진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부시는 매일처럼 자국의 병사가 이라크 전선에서 죽어가는 데도 미국은 4년 전보다 안보와 국내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존 케리 후보가 6개월 후부터 이라크로부터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는 말에 <그것은 적군에게 6개월하고 하루만 기다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며 비난했다. 부시는 4년 임기 동안 가장 실망한 것은 <워싱턴 안의 신랄함이며 자신에 대한 공격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할일이 많아 나에 대해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정작 나자프 성지를 공격한 미군의 야만성에 대한 전 이슬람 세계의 분노와 항의는 부시와 미국인들이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그 복수심과 위험수위가 너무 높아 보인다. 수천 명에 이르는 이란인들이 미군이 성지 나자프에서 잔학행위를 했다며< 미국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리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테헤란 대학에서 주례기도회를 마친 후 혁명광장에 모여<이맘 알리의 성묘를 우리의 피로 지켜내자> <검은 심장의 백악관을 이슬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며 외쳤다.
그러나 정작 부시의 명령을 받은 미군들은 저항 세력인 메흐디군이 근거지로 삼는 아맘 알리 사원을 포위한 뒤 봉쇄한 채 산발적인 교전을 벌리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상자의 수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메흐디군의 총지휘관인 시아파의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미군의 폭격으로 다친 뒤 이맘 알리 사원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고 있었지만 이라크 당국은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자프의 참담한 비극적 상황이 점차 알려짐에 따라 미국 내에 산재한 이슬람 진영의 반발도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저명한 시아파 지도자인 무스타파 알 카즈위니는
<전 세계의 시아파는 충격과 분노 속에 나자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일을 우리는 이슬람 시아파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나자프에 대한 어떤 공격도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완전히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 이라고 전했다.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부시, 그 전쟁의 여파로 치솟은 유가, 그리고 전 세계가 격어야 하는 경제의 대란. 부시는 자신에게 초점을 둔 비난의 과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성소 공격이란 야만적 수단을 택해버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의 부시의 야욕 때문에 희생될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부시를 지지하려고 군대까지 보냈으니 얼굴 들기 힘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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