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의원이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면 야당 대표로는 缺格
이영석 본지 고문
한나라당은 다수다. 국회의 다수의석만이 아니다. 지지층도 다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만이 아니고 노무현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 믿지 못하는 사람들,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한나라당의 견제기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은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대를 배반하는 언동이 한나라당 안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 1호는 '국민속으로'사람들이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노무현 2중대'로 불리는 개혁당과 합창하고 있다. 그 얘기는 뒤로 미루자. 오늘 말하려는 건 당대표 예비후보마저 이 대열에 끼어 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출신의 강재섭 의원, 그는 일요일인 16일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을 가리켜 "해방 후 세대여서 쉬운 정치를 한다."면서 "편하다, 쉽다"고 얘기했다. 대체 뭐가 편하고 쉬운가. 지금 많은 사람들은'난해한 정치'때문에 골머리를 앓거나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재벌로 분류되는 전경련 중심부의 기업인들에게 물어 보라. 미국대사관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 언론인에게 물어 보라. 아마 민주당 사람들도 편하다 쉽다가 아니라 편치 않다. 어렵다가 다수일 게다.
강 의원이 편하다 쉽다고 한 건 특검법을 비토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감격해서 나온 얘기인가. "3김씨 같았으면 꼬이게 만들어 놓고 민주당이 거부권을 요구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했을 텐데 이번엔 홍보할건 하고 안 되는 건 양보하고 하니 굉장히 쉽지 않으냐"고 했다.
특검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거부하리라 믿는다 했고 한나라당도 결국 거부할 모양이라고 했지만 3김씨 중의 한 분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ꡒ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ꡓ이라고 단언했다.
200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북비밀송금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청와대가 뭐라고 했나. 대선 앞둔 선거용 모략이라고 한나라당을 도리어 덮어씌우고 몰아 부쳤던 김대중 정권이다. 이 얼마나 악랄하고 부도덕한가. 결국 선거 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되자 김대중씨는 사실을 시인하고 그러나 통치행위라며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가당한 일인가. 지금 당사자인 김대중씨가 청와대에 눌러 있어도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회피할 수 없다. 대통령이라고 뭐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걸 내다보고 있었다. 그가 민주화를 위해 굽힘 없는 길을 걸었던 힘은 이런 확신이다. 그런 확신도 없이 야당을 이끌겠다고?
강 의원은 '3김식 복선을 깔고 하는 정치'라는 말을 했는데 3김씨는 지역패권 말고는 같은 점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복선 깐 정치'도 3김의 공통점임을 강 의원은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이 '홍보하고 양보했다'는 강의원 말은 복선 깐 정치가 아니라면 멍청한 셈이다. 왜냐고?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도 할 수 있다는 카드를 복선으로 깔고 특검의 김을 뺐다. 향후의 남북관계니 외교니 온갖 것을 들이대 법안의 수정에 대해 한나라당의 양보를 받아내고 특검에도 미리 조사의 제한 선을 제시했다.
이러니 특검을 맡아 조사하겠다는 사람도 구하기 어렵게 됐고 특검이 된다해도 제대로 진상을 밝혀낼지 의문이다. 민주당 신주류 리더, 이른바 노 대통령의 민주당내 주류 실세는 거부권이 물 건너간 지금도 대통령이 당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서 우리를 우습게 보느냐고 능청을 떨고 있다. 이 모두가 '특검의 김빼기, 특검 겁주기'아닌가. 그런데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한나라당 지도부의 한 사람이 이런 것도 못보고 있을 리 없는데….
그 뿐인가 "나와 코드가 맞는다"는 말은 놀랍고 기이하다. 지금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은 노 대통령 주변에도 그리 많지 않다고들 말한다. 아마 민주당 의원 중엔 코드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만약 있다 해도 몇 안될 게다. 그런데 강재섭 의원이 코드가 맞다니. 코드가 맞다면 우리 사회의 주류교체 등 노 대통령의 대한민국 '확 바꾸기'에 동참할 일이다. 백보를 양보해도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이가 노 대통령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한나라당의 대표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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