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란 말이 있는데, 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주장한데서 나온 말이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의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의 농간에 의하여 시황제의 막내아들 호해(胡亥)가 옹립되고, 이에 조고는 제위논쟁 가능성을 말살하고자 호해를 부추겨 시황제의 다른 혈육(호해의 형)들을 처참하게 말살한다.

조고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판단하여 옹립한 2세 황제 호해인 만큼 조고는 호해를 구중궁궐에서 향락에 빠지도록 만들어 눈과 귀를 멀게 만든 다음,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는 호해를 배경삼아 온갖 학정을 저지르게 되는데, 결국 모든 사람들이 조고를 2세 황제 호해보다 더 무서워하게 되니 조고는 실질적인 최고권력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진승오광(陳勝吳廣)의 난을 시초로 진나라의 학정에 반대하는 무장세력(항우, 유방 등)이 나날이 위세를 떨쳐가자, 조고는 반진(反秦) 원한의 예봉을 피하기 위하여 2세 황제 호해를 살해하고자 시도하게 된다.

이때 조고의 뇌리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아직도 조고보다 호해를 따르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이를 색출할 묘안을 짜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이다.

어느 날, 호해가 정원에 노는 사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조고는 그 사슴을 가리켜 “저것은 말입니다”(指鹿爲馬)라고 주장한다.

이에 호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사슴이라고 주장하다가, 주변의 시위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이때 놀라운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호해 주변의 몇몇은 사슴이라고 하는데 많은 수가 말이라고 대답하여 호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연실색하게 되었는데, 이에 비하여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자들이야말로 자신이 호해를 시해할 때 저항할 세력으로 판단하여 나중에 이 핑계 저 핑계로 죄를 뒤집어씌워 호해가 모르게 몰래 모두 죽였다는 것이다.

얼마 후 조고의 세력에 의하여 호해가 죽임을 당할 때, 호해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따르던 환관에게 묻는다.

“너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이에 그 환관은 “올 줄 알았습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그럼 왜 말하지 아니하였느냐”고 호해는 되물었더니, 환관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면 이런 날이 오기 전에 조고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죽음을 코앞에 둔 그때서야 향락 속에 자신이 유폐되어 그때까지 자신의 눈과 귀가 멀었음을 자각한 호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주장한 조고의 말에 담긴 의도를 알았다고 한다.

물론 호해는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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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이런 지록위마 전법이 좌익들에 의하여 애용된 적이 있었다.

사실판단이 아닌 편 가르기 기 싸움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 말이다.

십여 년 전에 뜬금없이 “이승복 보도는 조선일보의 조작”이라며 논란을 불러일으켜 기억에서 멀어진 진실을 붉게 왜곡하기 시작했다.

갖은 논란 끝에 그들이 떠벌인 선전선동이 허위였음이 드러났지만, 언제 또 찝쩍거릴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 애국우익성향의 젊은이들이 일베에 모여들기 시작하자 뜬금없이 일베를 ‘유해사이트’라며 언론들이 괴롭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5.18을 구실로 싸잡기 시작했다.

5.18때 북한군 투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가지고 좌익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인하다가 법적투쟁 어쩌고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를 보도하는 연합뉴스에서는 인용이 아닌 기사 중에 버젓이 “수구세력”이라는 모욕적인 용어를 당연한 듯 쓰고, 사법부에 포진한 좌익들이 친좌익적 기행과 판결로 법조계를 붉게 물들이니, 일베가 잠시 주춤해졌다.

아마도 방송포털과 사법부를 저들이 장악한 마당에 법에 호소해봐야 도리어 억울한 피해만 볼 것을 예상했음일 것이다.

하지만, 5.18에 대해선 의구심조차 가질 자유도 없는 것처럼 몰아세우는데, 좌익들이 “5.18 때 북한군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무기고 탈취, 교도소 습격, 장갑차 공격, 시민군이 사용한 M-1이나 칼빈총에 의한 사망이 70%라는 점은 무엇으로 설명할 텐가?

그걸 광주사람들이 저질렀다면, 다른 지방 사람들이 광주사람을 좋아할 것 같은가?

오죽하면, 광주사태 직후에 타 지방 사람들은 “그만 전라민국으로 독립하게 놔줘버려라”는 소리까지 하였고, 요즈음은 “민주화 당했다”는 속어가 등장했겠는가.

합리적 의심조차 거부하는 것은 거짓을 진실이라고 강요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러한 지록위마가 가능하게 된 것은 바로 5.18 지지성향 세력들이 방송포털과 법조계를 장악해 갈 동안 이를 방치한 채 최측근까지 환관 조고와 십상시 같은 ‘청와대 11인회’라는 비(?)우파 부류의 사람들로 인의 장막을 친 박근혜의 잘못이라고 본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